북·미 양 정상 허심탄회한 대화… ‘하노이 공동선언’ 최종 조율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첫날인 27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정상회담 이후 260일 만에 다시 만난 두 정상은 인사와 환담을 나눈 후 단독 회담에 앞서 10분간 취재진에게 소감을 밝혔다. 두 정상은 오후 6시40분부터 20분간 배석자 없이 단독 회담을 한 뒤 오후 7시부터 친교 만찬에 들어갔다. 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개월 만에 다시 만나 훈훈한 덕담을 나누며 각별한 친분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통 큰 결단’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었다고 공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칭찬하며 회담 성공을 확신했다.

두 정상은 27일 만찬 회동 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 회의장에서 잠시 환담을 나눴다.

먼저 입을 연 김 위원장은 “이런 훌륭한 회담 상봉이 마련되게 된 건 각하(트럼프 대통령)의 남다른 통 큰 정치적 결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연일 공격해온 미국 조야(朝野)의 북·미 대화 회의론을 겨냥해 “불신과 오해의 눈초리도 있고 적대적인 것들이 우리가 가는 길을 막으려 했지만 우리는 그걸 극복하고 다시 마주 걸어 260일 만에 하노이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때보다 많은 고민과 노력, 그리고 인내가 필요했던 기간이었던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나서 영광이다.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면서 “어떤 사람들은 (비핵화 협상이) 더 빨리 진전돼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상당히 잘했다”고 화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tremendous economic potential)을 갖고 있다. 북한은 굉장한 미래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약속했던 북한의 ‘밝은 미래’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위대한 지도자 밑에서 부강한 나라가 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을 치켜세우며 “경제적 성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 컨택’과 ‘몸짓 대화’도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정상회담 성공을 바란다고 말할 때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눈을 마주치며 공감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적 잠재력’을 언급하자 김 위원장은 통역관이 통역해주기 전에 곧바로 알아듣고 미소를 지었다.

두 정상은 이어 친교 만찬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 전 잠시 취재진에게 공개된 자리에서 “나는 김 위원장과 특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 협상이 좋은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린 (단독회담에서) 아주 흥미로운 얘기를 많이 했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제 말을 들었으면 상당히 놀랐을 것”이라며 “우리는 내일 굉장히 바쁜 일정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짧은 저녁을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찬 직전 이뤄진 단독회담에서 두 정상이 비핵화와 ‘북한의 밝은 미래’에 대해 대화를 한 것으로 관측된다. 두 정상은 단독회담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며 ‘하노이 공동선언’을 최종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 배석자로 북한 측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리용호 외무상, 미국 측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자리했다. 김 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만찬장에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한때 있었으나 북한 외교수장인 리 외무상으로 최종 확정됐다. 배석자 네 사람 중 올해부터 백악관 참모진에 합류한 멀베이니 대행을 제외하면 모두 1차 정상회담 업무오찬에 참석했던 인물들이다. 김 제1부부장이 제외되면서 만찬은 단순한 ‘친교 만찬’ 대신 사실상의 ‘업무 만찬’ 식으로 진행됐을 것으로 보인다.

통역은 미국 측은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이연향 국무부 통역국장이 맡았다. 북측에서는 여성 통역관 신혜영이 김 위원장의 ‘1호 통역’으로 나섰다. 지난해 1차 정상회담 때는 노동당 국제부 8과 소속으로 알려진 김주성 통역관이 김 위원장 통역을 맡았으나 이번에는 ‘뉴 페이스’가 나왔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북·미 양측은 메뉴 선정을 두고 만찬 수 시간 전까지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 종료 이후 음식이 지나치게 호화롭다는 미국 조야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백악관 측이 “(메뉴를) 아주 간단하게(super simple) 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노이=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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