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거장으로 불리는 러시아 출신 지휘자 블라디미르 유롭스키(47·사진)가 11년 만에 영국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LPO)를 이끌고 내한한다.
2007년부터 수석 지휘자로 런던 필을 지휘한 유롭스키는 3일 국민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유럽에서 한국 오케스트라와 연주자들의 이미지가 놀랍도록 상승했다. 한국의 관객들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며 기뻐했다.
1932년 설립된 런던 필은 게오르그 솔티, 쿠르트 마주어, 아드리안 볼트 등 저명한 지휘자들이 거쳐간 악단이다. 매년 글라인드본 오페라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세계 투어도 꾸준히 하고 있다. 영화 ‘반지의 제왕’ 사운드트랙을 녹음하기도 했다. 유롭스키는 런던 필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전곡 등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음반으로 남기고 있다.
런던 심포니,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등 런던의 쟁쟁한 다른 악단들과 비교해 런던 필만의 장점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는 “런던 필의 가장 큰 강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유연성과 반응성이다. 또 완벽한 귀다. 이 귀는 명료한 표현력과 음색을 만들어내는 데 필수적이다. 매년 글라인드본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내가 새 레퍼토리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런던 필은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브람스 교향곡 2번과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등을 연주한다. 유롭스키는 “브람스 교향곡 2번은 어느 오케스트라나 갖고 있는 ‘당연한 메뉴(natural diet)’ 같은 곡이다. 하지만 런던 필은 이 곡을 연주할 때마다 새로운 부분을 발견한다. 자주 악보를 들여다봐도 항상 새로운 브람스가 보이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그는 멘델스존 곡을 협연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아 피셔(36)에 대해 “피셔와 함께 많은 무대에 올랐지만 언제나 기대된다. 본능적이면서도 해석력이 뛰어난 아티스트다. 모든 음악에 진중하게 접근하고, 완벽한 테크닉을 발휘한다. 잘 알려진 곡이지만 피셔는 분명 우리가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멘델스존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대대로 음악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외증조부가 지휘자 데이비드 블록, 조부가 영화음악 작곡가 블라디미르 유롭스키, 부친이 유명 지휘자 미하일 유롭스키다. 유롭스키는 “아버지가 지휘자라는 건 내게 전혀 부담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아버지는 내가 어떤 음악이든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셨다”고 했다. 그의 부친 미하일은 지난해 10월 내한해 코리안심포니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을 연주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