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은 따스하고, 바람도 살랑살랑 차갑지 않다. 어느새 봄이 문 앞에 와 서있는 듯하다.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이맘때에는 면역력이 떨어지고 나른해지기 마련이다. 피부는 더욱 예민하게 반응한다. 지금 피부관리를 제대로 해놓아야 한여름 땡볕을 견뎌낼 수 있다. 잠자는 동안 피부상태를 건강하게 되돌려 놓는다는 나이트 에센스가 필요한 때다. 보습과 영양감을 듬뿍 안겨줘 건강한 피부로 거듭나게 해 줄 나이트 에센스, 어떤 브랜드의 제품이 좋은지 국민 컨슈머리포트가 비교, 평가해봤다.
유통 경로별 베스트 제품 평가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나이트 에센스를 평가하기 위해 유통경로별로 베스트셀러 제품을 추천받았다. 백화점과 헬스&뷰티 스토어(올리브영), 온라인마켓(11번가)에서 지난 1월 16일부터 2월 15일까지 매출 베스트 제품(표 참조)을 추천받았다. 유통경로별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을 우선 골랐다. 백화점의 에스티로더 ‘어드벤스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컴플렉스 투’(50㎖, 15만 5000원), 올리브영의 유세린 ‘하이알루론 나이트 필링 & 세럼’(30㎖, 6만 8000원), 11번가의 미샤 ‘타임 레볼루션 나이트리페어 프로바이오 보랏빛 앰플’(50㎖, 2만 4500원)을 평가하기로 했다. 이어 베스트셀러 중 최고가인 시슬리 ‘보태니컬 세럼 리바이탈라이징 나이트 트리트먼트’(30㎖, 25만원)를 추가했다. 최저가는 미샤 제품이어서 국산제품 중 최고가인 아이오페 ‘에이지 코렉팅 나이트 앰플’(30㎖, 3만 4300원)을 평가대상에 넣었다. 5개 제품 중에는 각질제거 또는 정화 효과를 강조하는 제품도 있지만 보습력과 영양감 부여는 공통사항이라 별도로 표기하지는 않았다. 가격은 지난 20일 추천 유통경로별 판매가 기준이다.
보습력 영양감 등 5개 항목 상대평가
나이트 에센스 평가는 고진영 애브뉴준오 원장, 김정숙 장안대 뷰티케어과 교수, 변윤선 임이석테마피부과 원장, 최윤정 ‘생활 미용-그동안 화장품을 너무 많이 발랐어’(에프북) 저자(이상 가나다 순)가 맡았다.
브랜드가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했다. 5개 브랜드의 나이트 에센스를 일회용 용기에 담아 지난달 21일 평가자들에게 보냈다. 유세린 제품은 각각의 용기에 들어 있는 두 가지 세럼을 섞어 쓰도록 돼 있다. 두 가지를 고루 섞어 <1>번에 배정, 바로 바를 수 있도록 했다. 평가는 발림성, 흡수력, 보습력, 영양감, 지속력 5개 항목을 기준으로 했다. 항목별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1차 종합평가를 했다. 이어 제품 성분을 알려주고 평가한 다음 가격을 공개하고 최종평가를 실시했다. 가장 좋은 제품에는 5점, 상대적으로 가장 떨어지는 제품에는 1점을 주는 상대평가로 진행했다.
국산 ‘미투’ 제품 완승
이번 나이트 에센스 평가에는 원조와 이를 본뜬 ‘미투’ 제품이 ‘실력’ 대결을 했다. 나이트 에센스의 원조격인 ‘갈색병’ 에스티로더의 ‘어드벤스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컴플렉스 투’와 이 제품의 미투 제품인 ‘보라색병’ 미샤의 ‘타임 레볼루션 나이트리페어 프로바이오 보랏빛 앰플’이 진검승부를 펼쳤다.
항목별 평가에서 에스티로더의 갈색병과 미샤의 보라색병은 막상막하였다. 발림성은 5점 만점(이하 동일)에 4.0점, 흡수력은 3.5점으로 두 제품이 동점으로 5개 제품 중 1위를 했다. 보습력은 보라색병(2.8점)이 갈색병(2.5점)을 근소한 차로 앞섰다. 영양감에선 갈색병(3.0점)이 보라색병(2.5점)보다 뛰어났다. 지속력은 보라색병(3.0점)이 갈색병(2.1점)보다 훨씬 좋았다. 엎치락뒤치락하던 두 제품은 1차 종합평가에선 3.0점 동점으로 2위를 했다.
하지만 성분평가에서 명암이 갈렸다. 두 제품 모두 비피다발효용해물을 기본으로 하고 있었으나 평가결과는 최고점과 최하점으로 나뉘었다. 미샤 보라색병은 평가자 전원에게 최고점을 받아 5.0점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에스티로더 갈색병은 1.3점 최하점을 받았다. 이번 평가 대상 중 최저가였던 미샤 보라색병은 착한성분에 이어 뛰어난 가성비로 평가자 전원에게 최고의 나이트에센스로 꼽혔다.
1위를 차지한 미샤 보라색병(490원=이하 ㎖당 가격)의 최종평점은 5.0점. 김정숙 교수는 “잘 발리고 빨리 흡수되며 끈적임이 없고 무향이라 자극적이지 않고 피부에 해로운 성분이 없어 좋다”면서 “영양감과 지속력이 부족한 것은 살짝 아쉽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표 브랜드 에스티로더의 갈색병(3100원)은 3위에 머물렀다. 최종평점은 2.2점. 평가 대상 중 성분이 제일 착하지 않았다. 피이지-75, 비스-피이지-18, 메틸에터다이메틸실레인, 카보머, 트라이에탄올아민, 비에이치, 페녹시에탄올, 향료 등이 문제성분으로 지적받았다. 최윤정씨는 “적당한 영양감과 보습감은 괜찮았지만 나쁜 성분들이 많고 가격도 높았다”며 “같은 발효 베이스 제품 두 개 중 이 제품을 선택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글로벌 유명 브랜드 망신살
프랑스 브랜드 시슬리의 ‘보태니컬 세럼 리바이탈라이징 나이트 트리트먼트’(8334원)는 5위에 머물렀다. 최종평점은 1.6점. 유명 글로벌 브랜드답게 가격은 높았지만 효능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영양감(4.0점)과 지속력(3.7점)에선 최고점을 받았다. 보습력(3.7점)도 좋은 편이었으나 발림성(2.0점)과 흡수력(2.0점)이 최하점을 기록하면서 1차 종합평가(3.0점)에서 2위를 했다. 식물들의 이상적인 배합으로 최적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는 브랜드답지 않게 성분평가(2.0점)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식물성 성분이 많기는 했지만 피이지, 페녹시에탄올, 소르빅애씨드 등 알러지 유발가능성 성분들이 적지 않았다.
가격도 이번 평가 대상 중 최고가로 최저가보다 무려 17배 이상 비쌌다. 착하지 않은 성분과 낮은 가성비로 최종평가에서 최하위로 떨어졌다. 변윤선 원장은 “에센스보다는 크림 같은 텍스처로 영양감은 느껴졌으나 향이 강해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다”면서 “성분이 나쁜데다 가성비가 너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국산 브랜드 아이오페의 ‘에이지 코렉팅 나이트 앰플’(1144원)은 2위에 올랐다. 최종평점은 4.0점. 발림성(3.0점)과 흡수력(2.5점)은 중간 수준이었으나 영양감(3.5점)은 높은 편이었다. 보습력(4.5점)과 지속력(3.7점)은 최고점을 받으면서 1차 종합평가(4.0점)에서 1위를 했다. 성분평가(4.0점)에서 2위로 내려앉았다. 뒤쪽에 있어 함유량이 많지는 않지만 피이지 성분과 향료가 문제성분으로 지적받았다. 가격이 수입제품에 비해선 착하지만 미샤 보라색병보다는 2배 이상 비쌌던 아이오페 나이트 앰플은 2위에 머물렀다. 최윤정씨는 “보습력과 영양감이 뛰어나 가을과 겨울, 환절기에 쓰기에는 좋지만 여름엔 답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독일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유세린의 ‘하이알루론 나이트 필링 & 세럼’(2267원)은 3위를 했다. 최종평점은 2.2점으로 에스티로더와 동점이다. 흡수력(3.5점)은 가장 좋았지만 지속력(2.5점)은 중간 수준이었다. 발림성(2.0점), 보습력(1.5점), 영양감(2.0점)은 가장 뒤처졌던 유세린 나이트 세럼은 1차 종합평가(2.0점)에선 최하위였다. 그러나 성분평가(2.7점)에서 3위로 올라섰고 가격도 중간대였던 이 제품은 최종평가에서도 그 자리를 지켰다. 고진영 원장은 “바르는 순간 따가웠고 시간이 지나면서 괜찮아졌다 아침에 다시 붉어지는 등 자극감이 느껴졌으며 영양감이 부족해 아쉽다”고 평했다. 따가운 것은 AHA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으로, 각질이 고민인 사람에겐 추천할 만한 제품으로 꼽혔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