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의 엄마 손(안티푸라민)’ ‘국민 감기약(판피린)’ ‘국민 혈액순환 개선제(기넥신)’ ‘국내 최초의 잇몸약(인사돌)’ ‘대한민국 최초 유산균제(비오비타)’
국내 제약업계에서 오랜 역사와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는 장수 의약품에 붙은 별칭들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 제품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이들 약이 수십년간 소비자의 사랑을 받으며 롱런하는 비결은 뭘까.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4일 “장수 브랜드로 자리잡은 일반 의약품(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매 가능)은 품질력이 기본 바탕이 돼야 한다. 아울러 저마다의 브랜드 철학과 전통, 스토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관된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시대 트렌드와 소비자 니즈(요구)에 발맞춰 복용하기 편리한 제형, 세련된 패키지 디자인, 친숙한 광고 등으로 끊임없이 혁신해 온 점도 한몫한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의 ‘안티푸라민’은 주변에서 한번 안써 본 이를 찾기 힘들 정도로 친근한 가정상비약이다. 1933년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한 1호 의약품으로, 80년 넘게 장수하고 있다. 항염증제, 진통소염제로 쓰이며 연고 형태가 원조지만 로션 스프레이 롤파스 동전 모양 등 다양한 제형을 선보였다. 지난해 매출액 180억원을 달성했다. 연매출 100억원을 넘으면 이른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제약업계에서 노익장을 제대로 과시하고 있다. 같은 회사의 비타민B복합제 ‘삐콤씨’는 원조 국민 영양제로 불린다. 57년째 장수하며 현대인의 피로회복을 돕고 있다.
SK케미칼의 은행잎 혈액순환개선제 ‘기넥신에프’는 최근 발매 27년을 맞았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판매량은 약 17억정으로, 1초당 2정꼴로 팔렸다. 길이로 환산하면 에베레스트산 약 2000개 높이와 맞먹는다. 1992년 국내 발매 이후 ‘푸른 은행잎 약효가 가장 좋다’는 점을 알리며 성장을 거듭해 왔다. 발매 첫해 국내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첫 번째 국산 약 기록을 갖고 있다. 같은 회사의 ‘트라스트’는 1996년 나온 세계 최초의 관절염 치료 패치다. 주성분인 ‘피록시캄’이 노란색이란 점에 착안해 ‘48시간 노란 약효’를 내세운 컬러 마케팅으로 23년간 국민의 무릎 관절을 지켜오고 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약효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험이 브랜드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광동제약의 ‘광동 경옥고’와 ‘우황청심원’도 전통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1963년 회사 창업과 함께 출시된 광동 경옥고는 육체피로, 허약체질, 갱년기 장애에 효능을 보인다. 처음 유리병 용기에 떠먹는 형태에서 짜먹는 스틱포로 출시해 소비자 편의성을 높였다. 1974년 출시된 우황청심원은 고혈압, 뇌졸중, 두근거림, 정신불안 등에 우수한 효능을 인정받으며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동국제약의 ‘인사돌’은 1978년 출시된 국내 최초의 잇몸약이다. 치주질환을 국민병으로 인식시키고 잇몸 건강 향상에 기여했다. 이후 잇몸뼈 형성 촉진 성분과 잇몸병 유발 세균을 막아주는 후박추출물을 배합해 인사돌플러스도 개발했다. 같은 회사의 상처 치료제 ‘마데카솔’ 시리즈와 입병 치료제 ‘오라메디’도 40년 이상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동아제약의 ‘판피린’은 일반의약품 감기약 시장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1961년 첫 판매 이후 도입된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지금까지 브랜드 자산이 되고 있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은 콧물 코막힘 기침 발열 두통 등 초기 감기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판피린 큐(Q)다.
일동제약의 ‘비오비타’는 1959년 순수 국내 기술과 연구로 탄생한 최초의 유산균제다. 육아에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독특한 마케팅 광고와 꾸준한 품질 개선으로 60년간 유아용 유산균 정장제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