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2000년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일본군 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을 회고하는 자리에서 “일본을 너무 적대적으로만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도시건축센터에서 열린 ‘2000년 여성 법정 이야기’에서 대담자로 초청된 박 시장은 “당시 일본인 여성 마츠이 야요리씨가 국제법정을 여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면서 “일본을 바라볼 때 너무 적대적으로만 보면 안 된다. 훌륭한 시민들이 많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반성하고 한국을 도운 사람들도 많다”고 얘기했다.
도쿄에서 2000년 12월 7일부터 닷새간 이어진 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은 남북한을 비롯해 아시아 10개국이 참여해 아시아지역의 전시 성폭력 문제를 국제사회에 제기한 시민법정이었다. 마츠이씨는 당시 국제법정을 조직한 3인의 공동대표 중 한 명이었다.
박 시장은 남북공동검사단 수석검사를 맡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기소해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박 시장은 이날 대담에서 현재의 한·일관계에 대한 안타까움도 토로했다. 그는 “유럽은 2차대전 등 그야말로 피로 얼룩진 역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EU)을 만들어 냈다”면서 “한국과 일본은 아직도 이렇게 사이가 나빠야 하는가. 어떻게든 과거를 극복하고 아시아에 평화의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이어 “과거는 청산되지 않는 한 영원히 계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한·일 관계 악화의 기본 책임이 일본 정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시민 차원의 양국간 우호 관계를 역설했다.
그는 “적대적인 감정을 에스컬레이트하면 양국이 다 불행해진다. 정부 간 관계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민간의 관계, 지방정부의 관계에서는 끊임없이 우정을 축적해서 평화의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