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인도가 본격적인 경제협력 추진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한 가운데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인도 공략’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 시장 침체에 따른 판매량 감소, 특히 중국 시장 성장률 둔화에 따른 실적 하락을 만회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로 인도 자동차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2020년이 되면 인도가 일본을 제치고 중국, 미국에 이은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는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급률이 32대에 불과해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이 앞다퉈 ‘인도형 모델’ 출시 계획을 밝히고 나서는 이유다. 자동차 시장 성장 규모를 보면 최근 몇 년간 중국의 저조한 흐름과 비교해 인도는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인도 모델의 경우 대부분 현지에서 개발 및 생산, 출시를 모두 진행하는 것이 업계의 흐름이다. 인도가 수입 완성차에 60%, 차 부품엔 12.5%의 고율 관세를 매기고 있는 탓이다. 업체마다 현지에 생산 공장을 지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 르노그룹은 올여름 인도에서 신흥국 전용 소형 다목적차량(MPV)을 출시할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이는 르노가 인도에서 현지 생산해 출시하는 세 번째 신흥국 전용 소형 MPV 모델이다. 미국업체 포드는 현지 기업 마힌드라와 손잡고 인도에서 신흥국 전용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 개발되는 신차는 마힌드라의 준중형 SUV ‘XUV500’의 차세대 모델과 플랫폼을 공유할 예정이다. 인도 내 준중형 SUV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도요타 역시 올가을 인도서 신흥국 전용 첫 번째 준중형 SUV ‘러쉬’를 생산하면서 소형 2종과 준중형 2종으로 이뤄진 인도산 SUV 라인업을 꾸리게 될 예정이다.
우리 자동차업계도 중국을 대체할 곳으로 인도를 지목하고 인도 시장 잡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에서 내수 2위, 수출 1위로 올라선 현대자동차는 인도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남부 타밀나두주(州) 첸나이 공장에 700억 루피(약 1조1000억원)를 투자키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첸나이 공장의 생산 규모는 연간 70만대에서 80만대로 10만대 더 늘어나게 된다. 첸나이 공장에선 전기차를 포함한 신규 모델 생산이 이뤄진다. 기아자동차도 인도 시장 전초기지로 남동부 안드라프라데시주(州)에 짓고 있는 첫 완성차 공장을 최근 시험 가동하기 시작했다. 기아차 인도 공장이 올 하반기 본격 양산을 시작하면 현대·기아차는 현지에서 연간 100만대가량을 생산하게 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3일 “인도 시장은 아직 시동조차 걸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면서 “아직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고,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소형차인 경우가 많아 신차에 대한 수요뿐만 아니라 대형 모델로의 교체 수요도 많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