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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안 밝힌 유치원 상당수, 기다리는 학부모들 피 마른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오른쪽부터)이 3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련 수도권교육감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강경 투쟁에 따른 3월 유치원 대란은 이미 현실화됐다. 3일에서야 ‘개학 연기’ 통보를 받은 학부모들과 뒤늦게 교육 당국의 임시 돌봄 서비스를 신청한 부모들은 불안감을 호소하며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임시 돌봄 서비스를 배정받은 곳에서도 일부는 부모들이 직접 통학에 나서야 하는 등의 허점이 노출돼 학부모와 유아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

한유총이 3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개학 연기 동참 유치원은 1533곳으로 교육부가 파악한 수치(381곳)와는 크게 다르다. 유치원들이 명단 공개에 대한 비난을 의식해 입장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기 때문인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부모들에게 돌아갔다.

직장인인 김모(40·여)씨는 “원래대로라면 5일이 개학인데 유치원에서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어 불안한 상태”라며 “가까이에 사는 조부모도 없고 현 직장도 장기휴가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대책이 없다”고 호소했다. 민모(41)씨도 아직 유치원으로부터 통보를 받지 못했다. 그는 “임시 돌봄을 받는다 해도 등·하원 버스가 제공되는지, 급식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전혀 정보가 없어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전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개학 연기 여부를 확정짓지 않은 유치원은 233곳이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까지 긴급돌봄을 신청한 학부모는 28명이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그렇게 많이 신청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오늘도 계속해서 전화가 들어오고 있어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교육 당국은 이날 오후 4시쯤 1차 배정 유치원을 안내했다.

앞서 시·도교육청이 발표한 ‘개학 연기 통보 유치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3·1절 연휴 기간 갑자기 개학 연기를 결정하는 곳도 상당수였다. 온라인의 한 맘카페(육아정보 공유 커뮤니티)에는 “교육청 명단에 없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방금 우리 아이 유치원에서 개학 연기 통보가 왔다”는 글이 잇따랐다. “아직까지 유치원에서 연락이 없는데 언제 올지 몰라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는 부모도 있었다. 기다림에 지친 일부 부모들은 유치원 입학을 취소하고 어린이집에 대기신청을 하거나 홈스쿨링을 고려하기도 했다.

올해 여섯 살인 딸아이를 사립유치원에 보낼 예정인 신모(37·여)씨는 “가방도 사고 입학 준비를 마쳤는데 휴일인 1일 개학 연기 문자를 받았다”며 “아이를 위해 고민을 많이 하고 결정한 곳인데 개학조차 언제 할지 알 수 없게 돼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한유총이 기습적인 개학 연기를 단행해 돌봄 서비스의 구멍도 많았다. 대전에 사는 A씨(36·여)는 “학부모에게 개학 연기를 통보한 대전 지역 유치원만 70여곳인데 대전교육청은 유치원이 모두 정상 운영한다고 발표했다”며 “교육청에 항의해도 ‘유치원들로부터 전달받은 게 없어 긴급 돌봄 서비스 대상이 아니다’고만 해 미칠 노릇”이라고 했다. 결국 A씨의 남편이 이틀 연차를 내고 아이들을 돌보기로 했다. 경기도의 한 학부모는 “임시 돌봄 관련 안내는 포스터 한 장이 전부였다”며 “어디서, 무엇을 해야 신청할 수 있는지 정보를 알려주지 않아 혼란과 우려만 커졌다”고 비판했다.

돌봄 서비스를 받게 돼도 미흡한 지점은 있었다. 일단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인 임시 돌봄은 운행 차량이 지원되지 않는다. 맞벌이 부부들은 출퇴근시간과 맞물려 어려움을 호소했다. 원래 다니던 유치원을 못 가게 된 아동을 수용하는 일부 유치원은 급식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도시락을 싸오라’고 미리 공지하기도 했다.

공립유치원 교사인 박모(28)씨는 “교육 당국이 긴급 돌봄을 결정했으면 유치원과 교사들에게 정히 안내해야 하는데 지난 2일에야 ‘4일부터 긴급 돌봄을 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수용가능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유치원 교사들이 정원 외 아이를 몇 명이나 더 받아야 하는지조차 파악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개학 연기 통보를 받은 정모(34)씨는 “여섯 살인 아이가 낯을 가리는 편인데 2년 다닌 유치원을 못 가고 갑자기 다른 유치원에 보내야 한다고 해서 차라리 지방의 부모님 집에 맡기기로 했다”고 하소연했다.

최예슬 안규영 이동환 이성문 최지웅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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