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사진) 국회의장이 체포될 위험을 무릅쓰고 귀국을 예고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나서줄 것도 촉구했다. 베네수엘라의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가 또다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과이도 의장은 3일(현지시간) “나는 귀국을 선언한다”며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4일 전국적인 시위에 참여해줄 것을 부탁한다. 집결 장소는 추후 공지할 것”이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그는 구체적인 귀국 시간과 동선은 밝히지 않았다.
과이도 의장은 베네수엘라 대법원의 출국금지 명령을 어기고 지난달 22일 리마그룹(미주 14개국 협의체) 긴급회의 참석을 위해 콜롬비아 보고타로 떠났다. 그는 회의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퇴진을 재차 강조하고,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 자신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했다. 이후 그는 브라질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등을 방문하며 각국 정상들에게 자신과 베네수엘라 야당을 도와줄 것을 호소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과이도 의장이 입국하면 그를 체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최근 ABC방송 인터뷰에서 “과이도 의장은 마음대로 왔다갔다 할 수 없다. 그는 정의와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그나시오 아르카야 전 베네수엘라 내무장관은 “마두로 대통령은 자신이 군 통수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과이도 의장을 체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과이도 의장은 “나는 위험에 빠지더라도 베네수엘라에 있을 것”이라고 맞섰다.
한편 미국은 마두로 정권이 붕괴될 상황을 대비해 베네수엘라에 대한 긴급 경제원조를 논의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 보도했다. 원조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원조가 과이도 의장이 이끌 새로운 정부의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베네수엘라에 대출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베네수엘라의 경제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데이비드 립턴 IMF 수석부총재는 “베네수엘라는 우리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골치 아픈 상황에 처했다”며 “식량 위기와 초인플레이션, 불안정한 환율, 부족한 인적 자본과 매우 복잡한 국가 부채 상황에 빠져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베네수엘라의 경제 안정과 회복을 위해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