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기술없는 가격 승부는 필패… SW 혁신이 살길”

중소 제조업체 ‘칼리온’이 만든 3D 스캐너가 지난 1월 31일 경기도 성남시 사무실에서 책상 위 흉상을 촬영해 3D 컴퓨터 이미지로 변환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지난 1월 31일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중소 제조업체 ‘칼리온’ 사무실의 ‘3D 스캐너’ 시연장. 직원이 3D 스캐너를 작동시키자 흉상 아래 원판이 LP판처럼 돌기 시작했다. 원판이 흉상 주변을 한 바퀴 도는 20여초 스캐너가 8번의 빛을 쏘는 동안 컴퓨터 모니터에는 흉상의 형체가 3D 데이터 형태로 완성됐다.

칼리온은 이 3D 프린터를 지난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9’에 전시해 글로벌 대기업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미국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유명 업체들이 제품 출시일에 맞춰 총 73대를 구매하겠다고 했고, 에어프랑스와 인바디 등 5곳 업체는 아예 합작 제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칼리온은 CES로 출발하기 전에도 아마존코리아와 미국 아마존닷컴의 입점 문제를 논의해 왔다. 다양한 글로벌 업체들로부터 칼리온 3D 스캐너의 혁신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대기업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혁신 기술’이 중소 제조업의 생사를 결정하는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이철희 칼리온 대표는 “혁신 기술은 경쟁사가 짧은 시간에 모방하기 힘든 고유의 기반 기술”이라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두 분야 모두에서 경쟁사를 따돌릴 만한 기반 기술을 갖추지 못하면 따라잡힌다”고 강조했다.

칼리온은 미국·중국의 유력 기업에 맞설 무기로 고유의 기반 기술을 꼽았다. 무조건 생산원가를 낮춰 가격으로 승부하기보다는 기술력 확보에 집중하기로 했다. 3D 스캐너의 정밀도·촬영 속도 등을 개선해 쓸 만한 제품을 만든 뒤 단가를 낮추는 전략을 채택했다. 이 대표는 “자체 기술 없이 가격으로 승부하면 중국업체에 반드시 밀린다”며 “칼리온도 회사 창업 후 실제 제품제작에는 4~5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나머지 3~4년은 기술 개발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부분 국내 중소 제조업은 장기 투자에 부담을 느끼는 게 현실이다. 이 대표는 “그나마 연구개발에 투자한다고 마음먹은 중소기업들도 기존에 만들던 제품에 인터넷만 달거나, 연구개발은 하청을 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검색 기술 하나로 제조업까지 영토를 넓힌 구글을 보면 기반 기술에 적극 투자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최근 혁신 기술 개발을 위해선 소프트웨어 역량을 함께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미 제품 성능의 80~90%가 소프트웨어에서 결정된다”며 “중국과 거리를 벌릴 수 있는 방법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성남=글·사진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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