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데 대해 “지금까지 어렵게 여기까지 왔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라며 범정부 차원의 후속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정부는 대북 제재 틀 아래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우선 재개하는 방안을 미국과 협의키로 했다.
문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개최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우리가 (북·미 간) 중재안을 마련하기 전에 급선무는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인내심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크게 세 가지로 설명했다. 우선 회담 의제였던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가 이뤄지면 북한 비핵화가 불가역적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했다. 영변 핵시설 폐기 문제가 향후 실무협상에서 상수(常數)로 작용할 것이란 의미다. 또 부분적 대북 제재 해제 논의가 시작된 만큼 북·미 협상이 포괄적, 쌍무적 단계로 진전됐다고 봤다. 북한 내 미국 연락사무소 설치 논의는 북핵 사찰·검증을 위한 실용적 의미를 갖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북·미 대화의 공백이나 교착이 계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니 북·미 실무대화가 조속히 재개되도록 노력하라”고 지시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재개 방안을 마련해 미국과 협의를 준비하겠다”고 공식화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대북 제재 틀 안에서 재개할 수 있는 방안이 어떤 게 있는지 최대한 찾아내 미국과 협의하겠다는 것”이라며 “진전된 내용이 있지만 아직 공개하긴 어렵다. 구체화되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제재 틀 안에서 사업 재개가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럴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특히 조 장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으로 돌아가면 대미·대남 전략을 재검토할 것으로 전망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통해 북한이 강경 자세로 돌아서지 않고 대화 테이블에 남아 있을 수 있도록 견인하겠다는 뜻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가동됐던 남·북·미 3자 1.5트랙 협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정상 간 ‘톱다운’ 외교가 실패한 상황에서 실무협상 여력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또 중·일·러와도 협의를 확대하겠다고 밝혀 과거 6자회담 체제가 부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이달 중 남북 군사회담을 열겠다고 보고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