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 전담촬영팀 규모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정상회담보다 늘었다. 북한이 정상회담 성공을 염두에 두고 김 위원장의 치적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일정을 끝내고 귀국한 지난 2일 베트남 동당역 앞에는 가죽구두에 검은색 양복을 맞춰 입고 가슴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배지를 단 남성들이 나타났다. 정상회담 기간 내내 김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했던 북한 전담촬영팀이었다. 사진기자 3명과 영상기자 4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외신기자 출입이 금지된 구역까지 드나들며 김 위원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때 포착된 전담촬영팀 인원이 1차 정상회담 때보다 2배 정도로 늘었다고 4일 분석했다.
전담촬영팀은 일본 카메라 브랜드 캐논의 고급 디지털카메라와 신형 카메라 렌즈를 도입하는 등 장비에도 신경 썼다. 한 사진기자는 카메라 4개를 한꺼번에 들고 다녔다.
북한의 기대와는 달리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김 위원장은 전용열차를 타고 빈손 귀국길에 올랐다. 김 위원장이 탄 전용열차는 평양에서 베트남으로 떠날 때보다 더 빠른 노선을 택했다. 서둘러 평양에 도착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향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방안 등을 논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베이징에 들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분위기로는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내부 논의를 한 이후 이달 중 중국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탄 전용열차는 중국과 베트남 접경지역인 핑샹과 난닝, 창사로 이어지는 노선을 택해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북상했다. 경제시찰 유력지로 지목됐던 광저우도 들르지 않았다. 4일 오전 톈진역을 통과한 전용열차는 동북부 탕산과 산해관을 거쳐 북·중 국경으로 향하면서 베이징과는 완전히 멀어졌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