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날아오는 프리킥을 절묘하게 뒷발로 돌려 차 넣는 신기에 가까운 골은 서른여섯의 나이를 무색하게 한다. 절묘한 돌파와 낮고 빠른 크로스도 여전하다. 이탈리아 세리에A의 베테랑 스트라이커 파비오 콸리아렐라(UC 삼프도리아)가 자신의 고향에서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에 버금가는 득점 행진으로 ‘아주리 군단’에까지 발탁됐다.
콸리아렐라는 3일(한국시간) 열린 2018-19시즌 세리에A 스팔 2013과의 경기에서 2골을 몰아치며 팀의 2대 1 승리를 이끌었다. 콸리아렐라는 전반 4분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환상적인 바이시클킥으로 차 넣은데 이어 7분 후 수비수와의 몸싸움을 이겨내고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하며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콸리아렐라의 노련함과 센스는 젊은 후배 선수들을 기죽게 했다.
이날 득점으로 콸리아렐라는 리그 19골 6도움을 기록하며 호날두와 동률을 이뤘다. 세리에A 득점과 공격포인트 부문 공동 1위다. 지난 시즌 달성했던 자신의 커리어 최다 골(19골)과도 같다. 아직 리그가 적지 않게 남아있는 만큼 콸리아렐라는 득점 기록을 새로 쓸 것으로 보인다.
일반 선수라면 은퇴를 해도 놀랍지 않을 나이겠지만 콸리아렐라의 골 감각은 올 시즌 절정에 달했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출전한 리그 11경기에서 연속으로 골을 터뜨렸다. 1994-95시즌 가브리엘 바티스투타(당시 피오렌티나)가 세운 세리에A 최다 연속골 기록과 같다. 지난달 3일 12번째 경기였던 나폴리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하며 역사를 새로 쓰는 데는 실패했으나 노익장을 과시하기에는 충분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1일 “콸리아렐라는 이탈리아 축구사에 남을 위대한 노장”이라고 극찬했다.
올해로 20년 차 프로 축구 선수가 된 콸리아렐라는 커리어 내내 이탈리아에서 뛴 토박이다. 토리노 FC에서 데뷔한 후 나폴리와 유벤투스 등 8개 구단을 두루 거쳤다. ‘원더골’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강한 발목 힘과 빼어난 균형 감각으로 발리나 로빙 슈팅 등 눈을 즐겁게 하는 골을 터뜨리곤 한다.
최근 리그에서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콸리아렐라는 지난달 이탈리아 국가대표팀 소집 명단에도 오랜만에 이름을 올렸다. 로베르토 만치니 이탈리아 감독은 이달 치를 핀란드와 리히텐슈타인과의 경기에 대비한 트레이닝캠프에 그를 불렀다. 콸리아렐라가 출전한 가장 최근의 A매치는 2010년으로 9년 전이다. 소식을 들은 콸리아렐라가 “만치니 감독이 날 대표팀 스태프로 부른 거야? 선수로 부른 거야?”라고 되물을 정도의 깜짝 발탁이었다. 만치니 감독은 “콸리아렐라는 대표팀에 있을 자격이 충분하다”며 그를 높이 평가했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선수답게 이적설도 따라붙는다. 지난겨울 이적 시장을 앞두고 AC 밀란이 콸리아렐라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보도가 현지 언론으로부터 나오기도 했다.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시즌 콸리아렐라의 존재감을 충분히 보여주는 루머였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