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경기 똑같은 느낌이라 아직 실감나지 않아요. 600경기 출장이 대단하다는 얘기를 듣는데 ‘농구를 진짜 오래 했구나’하는 생각은 듭니다.”
여자프로농구(WKBL) 사상 최초로 정규리그 통산 600경기 출전을 앞둔 임영희(39·아산 우리은행)는 무덤덤했다. 그저 자신이 코트를 누빌 수 있게 도와준 구단과 지도자, 동료들에게 감사함을 표할 뿐이었다.
임영희는 오는 8일 충남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리는 수원 OK저축은행전에서 6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운다. 팀당 35경기 체제인 WKBL에서 17시즌 동안 개근해도 달성할 수 없는 기록이다.
그는 “특별한 건강 비결은 없다. 나이 마흔까지 운동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데, 큰 부상 없이 지내서 선수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600경기 출전은 저 혼자 이룰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며 “많은 기회를 주신 주위 분들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고 겸손해했다.
임영희는 1999년 신세계 쿨캣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처음에는 벤치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다가 특유의 성실함을 인정받으며 2000년 겨울리그를 제외한 모든 시즌을 소화했다. 2009-2010시즌 우리은행 이적 후에는 단 4경기만 결장했다.
임영희는 철저한 자기관리에 뼈를 깎는 노력을 더해 ‘늦깎이 스타’가 됐다. 위성우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2-2013시즌부터 우리은행의 ‘통합 6연패’ 주역으로 활약했다. 그해 정규시즌,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를 휩쓸었고, 이듬해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MVP가 됐다. 임영희는 “우리은행에서 제2의 농구인생을 시작하면서 현역생활을 연장하는 계기가 됐다. 이 팀에서 10년간 뛸 거라고 생각조차 못했다”며 웃었다.
임영희는 남자프로농구(KBL) 최다 경기 출전 기록(1029경기)을 세운 주희정(은퇴)의 행보와 닮았다. 1997년 연습생 신분으로 데뷔한 주희정은 지독한 훈련을 통해 단점을 보완하고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다. 임영희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엄청난 노력파로 소문이 난 주 선배와 비교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임영희는 플레잉코치 신분으로 뛰고 있다. 팀의 통합 7연패는 무산됐지만 플레이오프가 남아 있다. 임영희는 “챔프전만 가다 플레이오프를 하려니 굉장히 어색하다. 큰 경기에서 쌓은 제 경험을 후회 없도록 다 쏟아내겠다”고 다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