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도착한 김정은, 對美 냉각기 갖고 내부 결속 주력 예상

베트남 공식친선방문 일정을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새벽 전용열차로 평양역에 도착한 뒤 군대를 사열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전용열차가 베트남 동당역을 떠난 지 60시간30분 만에 귀환했다. 조선중앙TV 캡처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베트남 방문 일정을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평양으로 귀환했다. 북한은 당분간 대미 협상 냉각기를 갖고 내부 결속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는 내비쳤지만,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자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에 대한 공식친선방문을 성과적으로 마치시고 전용열차로 조국에 도착했다. 새벽 3시 환영곡이 울리는 가운데 전용열차가 평양역 구내에 서서히 들어섰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탄 전용열차는 베트남 동당역을 떠난 지 60시간30분 만에, 지난달 23일 평양을 출발한 지 열흘 만에 귀환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환영 나온 군중의 환호에 답하면서 “사랑하는 전체 인민들에게 따뜻한 귀국 인사를 보냈다”고 전했다.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복귀와 함께 2차 북·미 정상회담에 관해 언급한 것은 ‘성과적으로 마치고 돌아왔다’는 내용뿐이다. 앞서 북·미 정상회담을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마땅히 내세울 성과가 없어서 한마디 언급에 그친 것이다.

김 위원장 귀환과 관련한 조선중앙통신의 영문 보도(외국인 대상)에서는 베트남 방문만 소개되고 북·미 정상회담에 관한 문장은 아예 빠졌다. 정상회담 결렬에 대해 불쾌한 속내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다만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 협상이 어그러졌음에도 미국에 대한 비난은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과의 협상이 틀어질 때마다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던 과거 행태와 다른 모습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과거와 달리 미국에 대한 비난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며 “북한은 대화의 판을 깨고 싶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류가 없어야 하는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이 만든 국면이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비난을 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 실장은 “강하게 추진하던 대미 협상에 브레이크가 걸린 상황 속에서 북한은 내부적으로 협상 전략이 잘못됐던 것인지, 미국에 속은 것인지 등을 되짚어보는 복기의 시간을 한동안 가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전반을 점검하고, 회담 성과에 대해 한껏 기대했다가 실망했을 내부 민심을 추스르며 결속을 다지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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