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영변 핵시설 가동은 중단됐지만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은 복구 징후가 있다고 국가정보원이 5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정보위원장인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서훈 국정원장 등과 함께 정보위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에게 브리핑했다. 이 위원장과 여야 간사의 발언을 종합하면 국정원은 간담회에서 “영변 5㎿급 원자로는 지난해 말부터 가동 중단된 상태이며, 현재 재처리 가동 중인 것은 없는 상황”이라며 “풍계리 핵실험장도 지난해 5월 폐기 행사 이후 갱도가 방치된 상태로 특이 동향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정원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 관해서는 “철거 시설 가운데 일부를 복구하는 징후가 있다. 지붕과 문짝을 달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 같은 복구 징후를 놓고 북한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성공했을 경우 전문가 참관하에 미사일 발사장을 폐기할 때 홍보 효과를 높이려는 의도와 함께 정상회담에 실패했을 경우 해당 시설을 다시 미사일 발사장으로 돌리려는 목적이 동시에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평북 철산군에 있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 있는 곳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 참관하에 영구 폐기하기로 합의했다.
국정원은 영변 이외의 핵시설 지역이 ‘분강’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 “분강은 영변 핵시설이 포함된 지역의 행정구역이고 별도로 있는 게 아니다. 분강 안에 영변 핵시설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여러 보고를 들으면서 (영변 외 추가 핵시설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북·미 협상에서 나온 추가 우라늄 농축시설 및 북한의 핵 미사일 관련 시설에 대해 한·미 정보 당국이 상세히 파악하고 있으며 면밀한 감시·추적 체계를 계속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 내부적으로 회담 결과에 대해 상당한 기대가 있었으나 합의 불발에 실망감을 나타냈다”고 보고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관련해선 “북한이 합의 불발에 따른 내부전략 검토 기간이 필요하므로 서둘러서 답방 문제를 논의할 문제는 아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북한내 핵 시설에 대해 상당히 파악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우리가 가진 정보가 일치하지만 어디에 무슨 시설이 있는지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북한이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기간에도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하고 있었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인용해 보도했다. IAEA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영변 핵시설 내 5㎿ 원자로의 플루토늄 생산 활동은 지난해 12월 초 이후 중단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위한 원심분리기 시설은 최근까지 가동 징후가 지속적으로 포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외교·안보라인 장관을 초청한 당내 한반도평화 관련 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보고와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영변 이외의 ‘플러스 알파’를 두고 논의가 오갔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회의에서 플러스 알파에 대한 논의는 있었지만 정확히 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임성수 이형민 김성훈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