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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냐 진중함이냐 황교안 화법… 정치인 발언으론 밍밍

황교안(위쪽 오른쪽 네 번째) 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5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 뒤 사저를 나오고 있다. 앞쪽에서 황 대표의 참배를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뉴시스


“5·18 폄하 발언을 한 의원들 징계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취재진)

“규정에 따라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탄핵에 대한 입장이 무엇입니까?”(취재진)

“몇 년 전 일 얘기보다는 미래로 가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황 대표)

“당직 인선에 친박근혜계가 많은데”(취재진)

“우리 당에 친박계가 있습니까?”(황 대표)

6일로 취임 1주일을 맞는 황 대표의 화법을 두고 한국당 안팎의 반응은 엇갈린다. 황 대표는 2·27 전당대회 전부터 문재인정부의 국정 운영을 비판할 때는 ‘총체적 난국’ ‘정부의 폭정’ 등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하지만 5·18광주민주화운동 폄하 발언을 한 김진태·김순례 의원 징계나 당내 계파 갈등,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관한 입장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고 시종일관 애매모호한 답변만 내놓고 있다. 당 주변에서도 이러한 황 대표의 화법을 두고 의미가 모호하다는 뜻의 ‘안개화법’ 또는 답답하다는 의미의 ‘고구마화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 대표의 화법을 두고는 본래 신중한 성품 탓이라는 해석과 오랜 공직생활의 영향이라는 얘기가 많다. 한 초선 의원은 “황 대표가 30년 가까이 공직에 몸담다보니 ‘말조심’이 몸에 밴 것 같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검찰에서 28년 일했고, 박근혜정부에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각각 2년간 역임했다. 황 대표는 지난해 펴낸 에세이 ‘황교안의 답’에서 “외모와 언행에 있어 또래보다 조숙하고 신중하다는 얘기를 듣곤 했다. 여섯 남매 중 막내인데도 막내 티가 별로 안 났다고 한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황 대표 주변에서는 과거 직설화법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홍준표 전 대표와 비교해 “적어도 막말 논란에 휩싸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보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황 대표가 아직 관료의 티를 벗지 못한 것 같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당 관계자는 “국민이 궁금해 하는 정치 현안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회피로만 일관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도 황 대표의 애매한 화법에 대해 “스스로 소신도 없고, 자기결정을 못 내리는 사람이라는 선언”이라고 비꼬았다. 황 대표가 전당대회 TV토론 과정에서 불쑥 태블릿PC 조작설에 동조하거나 신임 인사차 정의당 지도부를 예방했을 때 자리에 어울리지 않게 갑자기 ‘드루킹 사건’ 수사 상황을 거론하는 등 실언을 계속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황 대표가 소속 의원의 5·18 폄훼 논란에 징계 방침을 밝힐 경우 당내 비판에 직면할 것을 우려한 것 같다”며 “당내 장악력을 높이는 게 급선무인 황 대표로서는 민감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게 정치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화법이 한국당 이미지에 득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도 “황 대표가 대답을 회피해도 이미 당에 씌워진 우경화 이미지가 없어지지 않는다. 총선 전에 황 대표 스스로 이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5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면담했다. 현장에서는 그의 참배를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황 대표는 오전에는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아 첫 민생 행보를 했다.

이종선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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