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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용백] 반려묘 슈페트



요즘 반려묘(猫) 슈페트(Choupette)가 부유한 반려인의 재산을 상속받을지 관심사다. 반려인은 샤넬의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Karl Lagerfeld)로 지난달 19일(현지시각) 타계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 직계 존비속이나 형제자매가 없다. 라거펠트와 2011년부터 함께 산 슈페트는 올해 여덟 살인 버마산 암고양이로 하얀 털에 푸른 눈동자를 지녔다. 라거펠트는 전용기로 슈페트와 같이 다녔고 슈페트에 경호원 1명과 보모 2명을 24시간 붙여줬다. 전속 운전기사, 주치의까지 따로 있었다. 슈페트는 저명하다. 2012년 소셜미디어인 트위터 계정에 처음 얼굴을 알렸고, 현재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 팔로어 수는 20만명이 넘는다. 2014년 출간된 ‘슈페트: 성공한 고양이의 사생활’이란 책도 있다. 뷰티 제품과 독일 자동차의 광고모델 등으로도 활약했다. 라거펠트의 재산은 1억7600만 유로(약 2242억원)에 달하고 그중 300만 유로(약 38억원)는 슈페트가 광고·화보집 등으로 번 것이다. 슈페트 여생은 라거펠트의 재산없이도 크게 걱정할 게 없을 듯하다.

라거펠트와 슈페트의 동반생활은 재산 상속 여부를 떠나 좀 더 눈여겨볼 만하다.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서로에게 어느 정도까지 교감과 치유, 영감을 줄 수 있는가. 슈페트는 라거펠트에게 예술적 영감을 줘 고양이를 형상화한 제품들을 디자인하게 했다. 2014년 ‘몬스터 슈페트’ 아이템들이나 2016년 카툰 이미지를 담은 ‘슈페트 비치웨어’가 그것이다. “나를 늘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존재”라는 라거펠트의 표현에선 그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함께 묻히길 희망했으니 슈페트는 라거펠트에게 가족이며 딸 이상이었던 듯싶다. 반려동물에 대한 국내 현실은 어떤가. 이 순간에도 반려동물 학대가 자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1991년 제정된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거나 학대한 사람에게 최대 2년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처벌은 보통 집행유예나 평균 벌금 100만원 선에 그쳐 솜방망이에 불과하다. ‘초범’ ‘과실’ ‘반성’ ‘고령자’ 등이 정상 참작되기 일쑤여서다. 반려동물은 생명을 지닌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다. 학대하거나 처참하게 생을 마감하게 하는 사람들의 행위는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김용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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