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명가 재건하겠습니다.”
최근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구장을 찾아갔을 때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김한수 감독을 처음엔 못 알아봤다. 김 감독은 차분하고 조용한 이미지다. 그런데 덥수룩한 수염을 기르고 있었던 것이다. 강인한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태어나서 처음 길러봤다”고 했다. 그만큼 올해를 임하는 자세가 남달랐다.
김 감독의 첫 마디는 “명가를 재건하겠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은 전통의 야구 명문 구단이었다. 포스트시즌 단골 손님이었고, 2011~2014년 4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해 ‘왕조’를 일구기도 했다. 그런데 2015년 하반기 터진 도박 사건으로 모든게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2016~2017년 9위, 지난해엔 6위에 그쳤다. 팬들의 자존심엔 상처가 났다.
김 감독은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올 시즌엔 초반부터 세게 나가겠다”며 “시즌 초반 승수를 최대한 쌓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시즌을 돌아보면 삼성은 시즌 초인 4월까지 11승 20패로 꼴찌였다. 결국 후반에 힘을 냈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아쉽게 가을야구에서 탈락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엔 초반에 승수를 다 갉아 먹어 나중에 따라가기 벅찼다”며 “이제 슬로 스타터라는 말을 듣기 싫다”고 강조했다.
올해 삼성은 투타에서 전력이 크게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투수쪽에선 특히 외국인 투수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저스틴 헤일리와 덱 맥과이어는 스프링캠프에서 호투를 펼치며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헤일리와 맥과이어는 오키나와에서 가진 연습경기에서 각각 8이닝, 3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정현욱 투수코치는 “직구의 힘은 헤일리, 변화구는 맥과이어가 좋다”며 “초반에 두 선수가 승수를 많이 쌓는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불펜에선 지난해 말 1순위로 뽑은 고졸 신인 원태인이 기대주다. 삼성은 지난해 필승조로 활약했던 심창민과 최충연이 각각 군입대와 선발 전환으로 공백이 생긴 상태다. 현재 장필준과 우규민이 필승조로 낙점됐고, 이에 앞서 원태인이 1~2이닝을 잘 막아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원태인은 “불펜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도 자신있다”며 “홀드 부문에서 잘해 신인왕에 도전하고 싶다”고 당차게 밝혔다. 대구 경북고 출신인 원태인은 또 “삼성은 어릴 때부터 항상 우러러보던 팀인데 고교 때 못해 많이 속상했다”며 “명가를 재건하는데 도움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방망이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선 “타선은 삼성이 제일 좋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기존에 있던 구자욱과 다린 러프, 강민호 외에 올해는 SK 와이번스에서 ‘거포’ 김동엽까지 데려와 핵타선을 보유하게 됐다.
김동엽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적응을 완벽히 마쳤다고 했다. 그는 “나는 파란색을 좋아한다. 시카고 컵스 때 이후 다시 파란 유니폼과 파란 양말을 입게 됐다”며 “이제 삼성이 내 마지막 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엽은 개인적인 목표에 대해선 “꾸준히 나오면 지난해보다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30홈런을 때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를 경험하고 우승까지 차지했다”며 “다시 한 번 그 영광을 삼성에서 누리고 싶다. 야구 명가의 주역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오키나와=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