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마블’ 여자는 안돼? 이토록 강력한 히어로의 등장 [리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21번째 영화 ‘캡틴 마블’에서 주인공 캡틴 마블(가운데)이 스크럴과의 전투에 나서는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어벤져스의 마지막 희망’이란 타이틀이 의미심장하다. 여타 마블 히어로들을 압도할 만한 가공할 파워다. 시리즈의 전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에서 지구 생명체 절반을 날려버린 악당 타노스를 저지하는 것 또한 어렵지 않아 보인다. 마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여성 히어로, 캡틴 마블(브리 라슨) 얘기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최초의 여성 히어로 솔로 무비 ‘캡틴 마블’이 전 세계 최초로 6일 한국에서 공개됐다. 반응은 예상대로 폭발적이다. 사전 예매량만 45만장에 달하고, 개봉 당일 예매율은 91% 이상까지 치솟았다. 이는 ‘닥터 스트레인지’(2016)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 ‘블랙 팬서’(2018) 등을 모두 넘어서는 수치다.

일반적인 히어로 무비의 경우 평범한 인물이 특별한 힘을 얻어가는 과정을 그리지만, ‘캡틴 마블’은 초능력을 가진 인물이 기억을 잃은 이후 자신에게 내재된 힘의 기원을 찾아가는 방식의 전개를 취한다. 기존 마블 작품들과도 결이 다르다. 지구와 우주를 넘나들며 외계 행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투신이 색다른 감상을 자아낸다.

영화는 미 공군 파일럿이었으나 지구에서의 기억을 잃은 채 크리족의 전사부대 스타포스의 요원으로 활동하게 된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지구로 잠입한 숙적 스크럴을 쫓아 지구에 도착한 그는 미 정보기관 쉴드 요원 닉 퓨리(사무엘 L. 잭슨)를 만나 자신을 둘러싼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러닝타임 123분에 달하는 영화는 극 흐름상 전반부와 후반부로 구분되는데,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중심인물의 서사를 풀어가는 전반부는 속도감이 떨어진다. 반면 댄버스가 캡틴 마블로 거듭나는 후반부의 활약상은 압도적이다. 양 주먹에서 강력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광속으로 우주를 비행하며 펼치는 액션이 통쾌하게 휘몰아친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캡틴 마블’은 어벤져스 결성 이전의 이야기를 다룬다. 당시 쉴드는 외계의 위협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이고, 큐브 형태의 에너지 원천 ‘테서랙트’에 관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특히 어벤져스를 결성한 쉴드 국장 닉 퓨리의 장난기 넘치는 모습이 이색적인데, 그가 한쪽 눈을 잃고 안대를 차게 된 이유까지 밝혀진다.

브리 라슨을 비롯한 출연진이 극을 탄탄히 채운다. 스타포스 사령관 역의 주드 로는 처음으로 MCU에 합류하게 됐다. A.I.인 슈프림 인텔리전스 역의 아네트 베닝, 인간과 스크럴의 모습을 오가는 탈로스 역의 벤 멘델슨 등도 빼어난 역할 소화력을 보여준다. 비밀을 감춘 고양이 캐릭터 ‘구스’의 활약도 눈길을 끈다.

여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여성 위주의 작가진으로 꾸려진 ‘캡틴 마블’은 여성주의적 인식을 숨기지 않는다. “여자가 하기에는 무리다” “여자는 조종석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식의 차별적 발언들을 꼬집는다. 캡틴 마블이 내뱉는 대사는 특히 인상적이다. “난 항상 통제당한 채 싸워왔지. 내가 자유로워지면, 어떻게 될까.”

브리 라슨은 한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캡틴 마블’은 위대한 페미니스트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가 일부 남성 관객들의 저항을 받았다. 북미는 물론 국내에서도 개봉 전부터 댓글이나 평점 테러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4월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엔드 게임’과 긴밀히 연결되는 영화인 터라 보이콧을 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123분. 12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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