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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이흥우] 기후이민



‘예상치 못한 사태나 괴이한 변고’. 이변의 사전적 정의다. 그러나 이변이 잦다면 그것은 이미 이변이 아니다. 기상이변이 그렇다. 세계적으로 흔한 일이 되다 보니 사람들도 적응해 많이 둔감해졌다. 대다수 학자들은 지구온난화를 기상이변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인류가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게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전 400~500년 주기로 1.5도 안팎의 변화를 보이던 지구 연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후 10년 주기로 0.1도씩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이 주기가 빨라질지도 모른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에 따르면 2017년 지구 평균 온도는 1880년에 비해 1.2도 상승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북극·남극권의 영구동토 지대는 해마다 줄어들고 이에 비례해 해수면은 올라가고 있다. 이로 인해 피지, 투발루, 키리바시, 몰디브 등 평균 해발고도가 낮은 섬나라들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오는 2050년이면 기후변화로 지금 사는 곳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는 기후난민이 세계적으로 1억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끔직한 일이다.

대기오염도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인 화석연료는 대기오염의 주범이기도 하다. 유엔은 대기오염으로 전 세계적으로 매년 700만명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60만명이 어린이다. 대기오염이 지구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유엔은 최근 미세먼지 등 공기오염 문제를 환경과 건강뿐 아니라 인권 문제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기오염이 생명권, 건강권은 물론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에서 살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삼천리먼지강산’이 됐다. 요즘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가물에 콩 나는 정도다. 어느새 마스크는 필수품이 됐고, 이러다 방독면이나 산소호흡기를 갖고 다녀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 공기캔 판매 광고를 접했을 때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다며 저런 걸 누가 사냐고 코웃음 쳤는데 지금 생각하니 공기캔 개발업자들이 혜안을 가진 선각자였다. 여기저기서 “숨 좀 쉬고 살자”는 아우성이 터져 나온다. 농반진반 이민을 얘기하는 이들이 주변에 흔해졌다. 저출산에 인구절벽에 이른 대한민국이다. 기후이민, 현실로 이어질까 걱정이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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