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정부가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에 개입한 서방국가들에 대한 보복에 나섰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은 임시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지지하는 독일 대사와 과이도 귀국 사실을 보도한 미국 프리랜서 기자를 각각 추방했다.
베네수엘라 외무부는 다니엘 크리너 독일 대사가 내정간섭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며 그에게 48시간 안에 베네수엘라를 떠나라고 명령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호르헤 아레아사 베네수엘라 외무장관은 “크리너 대사는 야당의 극단주의 세력과 연대해 내정을 간섭했다”고 비판했다. 크리너 대사는 지난 4일 과이도 의장이 체포될 위험을 무릅쓰고 귀국했을 때 공항에 마중 나간 외교관 중 한 명이다.
베네수엘라군은 같은 날 미 프리랜서 기자 코디 웨들을 반나절 동안 체포했다. 베네수엘라군 방첩요원 5명은 오전 8시쯤 카라카스의 한 아파트에 들이닥쳐 웨들을 끌고 갔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군 요원들은 웨들의 컴퓨터 등 취재장비도 압수했다. 4년간 베네수엘라에서 취재활동을 한 웨들은 최근 과이도 의장이 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내용을 마이애미 지역 방송을 통해 보도한 인물이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웨들을 체포했다는 소식에 즉각 반발했다. 미 국무부는 성명을 내고 “마두로 정권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크 워너 연방 상원의원은 “베네수엘라 당국은 웨들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결국 웨들은 약 10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오후 9시쯤 풀려났고, 베네수엘라 당국은 그를 추방했다.
앞서 독일과 미국은 마두로 정권을 배척하고 과이도 의장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달 일본 방문 중에 “과이도 의장이 베네수엘라의 합법적 임시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서방국가 정상 중 가장 먼저 과이도 의장을 임시대통령으로 공식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군부에게 “마두로 대통령 지지를 철회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는 최후통첩도 했었다.
미 정부는 마두로 정권에 대한 추가 제재를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성명을 내고 “마두로와 그의 부패한 측근에게 이익이 되는 불법거래를 돕는 금융기관들을 제재하겠다”며 “미국은 마두로 정권이 베네수엘라 국민의 돈을 훔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마두로 정권이 해외 금융기관들과 공모해 돈을 은닉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 가족들과 베네수엘라 정부 관계자 등 77명의 미국 비자를 취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는 앞서 마두로 정권과 관련 있는 베네수엘라 국민 49명의 비자를 취소한 바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