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설립 15년 만에 새로운 실험에 돌입한다. 페이스북은 불특정 다수가 정보를 주고받는 개방형 플랫폼에서 개인끼리 비밀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프라이버시 플랫폼’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이 변화를 마을 광장에서 거실로 이동하는 것에 비유했다.
저커버그는 6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지난 15년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사람들이 마을 광장에 해당하는 디지털 공간에서 친구, 지역사회, 관심사들과 연결되도록 도왔다”며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디지털 공간에서 개인적으로 연결되기를 원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인터넷의 미래에 대해 생각할 때 나는 사생활 중심의 플랫폼이 오늘날의 개방형 플랫폼보다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은 왓츠앱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등 기존 메신저 서비스를 호환시킨 후 보안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사용자끼리 주고받는 대화 내용 등 각종 정보를 페이스북조차 알 수 없게 암호화한다는 구상이다. 저커버그는 이를 두고 “거실 같은 디지털 환경에서 사적으로 연결된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저커버그가 밝힌 대로라면 페이스북의 최대 수입원이 위협받을 수 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파악해 표적광고를 집행해 왔다. 정보기술 전문 칼럼니스트 테레스 폴레티는 “만약 페이스북이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표적광고로 돈을 벌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페이스북이 중국 최대 메신저서비스 ‘위챗(WeChat)’과 비슷한 형태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에서는 위챗 하나로 메신저 기능은 물론 결제, 배달, 미디어콘텐츠 등 거의 모든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영국 투자은행 애틀란틱 에쿼티의 제임스 코드웰 애널리스트는 “페이스북이 위챗의 전략을 따라 할 수 있다면 새로운 수익구조를 창출하기를 바라는 투자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커버그는 그러면서도 개방형 플랫폼을 버린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개적인 소통보다는 즉각적이고 비공개적인 소통을 두고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이 더 풍성하다”고 페이스북 변화 이유를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최근 몇 년간 개방형 플랫폼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사용자가 페이스북에 제공한 정보가 3자에 의해 활용되거나 동의 없이 외부로 유출되는 일이 빈번했다. 페이스북은 2016년 미국 대선 기간 정치 컨설팅업체에 사용자 개인 성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를 넘겼다. 저커버그는 이 일로 미 연방의회 상·하원 청문회에 잇달아 불려 나가 곤욕을 치렀다. 영국 데이터 전문업체가 8700만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도용하기도 했다. 연이은 악재로 페이스북 주가는 한때 40% 넘게 하락했다.
페이스북이 프라이버시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것은 이런 어려움을 정면 돌파하려는 것이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보호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며 “많은 이들이 페이스북이 프라이버시에 초점을 둔 이런 종류의 플랫폼을 개발할 능력도 없고 원하지도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걸 안다”며 “우리가 현재 프라이버시 보호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명성이 높지 않고 예전에도 더 개방적인 공유를 위한 도구에 초점을 뒀기 때문에 그렇다”고 밝혔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