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가족(Real family)’이 누군지 묻지 마라. 우리는 서로 만나는 그 순간 ‘진짜’ 가족이다.”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서머셋팰리스서울 호텔에서 만난 수전 콕스(66) 홀트 인터내셔널 부사장이 힘줘 말했다. 이날 콕스씨와 함께 홀트 인터내셔널 이사를 맡고 있는 킴 리(63)도 만났다.
콕스씨는 한국에서 갖고 있는 입양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법적, 제도적 문제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에도 한국을 세 번이나 찾았다. 지난달 18일 한국에 도착한 두 사람은 1주일 동안 정부세종청사, 국회, 아동보호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 입양의 현주소와 문제점에 대해 논의했다.
콕스씨는 1956년 미국에 입양된 초기 해외 입양인이다. 오리건주의 작은 마을에 살던 콕스씨 부모는 아기를 가질 수 없어 콕스씨를 입양했다. 그를 입양한 뒤로 친자녀 3명을 낳았지만 부모는 그를 다르게 대하지 않았다. 미국인 부모는 콕스씨에게 항상 한국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줬다. 부모는 “네가 온 한국이란 나라는 멋진 곳”이라며 “네게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라고 일러줬다.
콕스씨의 중간 이름(middle name)은 그의 한국 이름인 ‘순금’이다. 마흔 살부터 이 이름을 중간이름으로 썼다. 비록 생모를 직접 만나진 못했지만 생모가 지어준 이름이란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의 손녀도 한국 이름 ‘미자’를 중간이름으로 갖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는 입양을 아직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입양인을 만났을 때 “진짜 가족이 누구냐”고 묻는 것이 가장 슬프다고 했다. 입양인들은 생물학적인 가족이 따로 있을 뿐 입양 가족을 ‘진짜 가족’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킴 리 이사는 “입양아도 내 배로 낳은 아이와 다를 바 없는 기쁨을 준다”고 했다. 그는 20여년 전 아들 앤드루(28)를 입양했다. 콕스씨도 “입양가족도 앞으로 함께 살아갈 아이를 처음 봤을 때 마치 출산한 것 같은 기쁨을 얻는다”며 “단지 갓 태어난 아기가 아닐 뿐이지 가족으로서 느끼는 벅찬 감정은 똑같다“고 전했다.
입양 사실을 숨기는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콕스씨는 “더 많은 사람이 입양에 대해 논의해야 인식도 개선된다”며 “입양이 부정적이거나 남들과 다른 일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1976년부터 홀트에 몸 담으며 해외 입양 사례를 수도 없이 봐 온 콕스씨에게 입양은 인간으로서 존엄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는 “모든 아이들은 자기를 사랑하는 가족 안에서 보살핌받을 권리가 있다”고 전했다.
콕스씨는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입양특례법 개정안에 반대한다. 그는 이 법안이 입양의 문턱을 높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것도 그동안 온라인에서 9000여명에게서 받은 입양특례법 반대 서명을 정부와 국회 관계자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는 오는 5월 다른 입양인과 함께 한국을 다시 찾을 예정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