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리 이상징후, 새 화약고 급부상… 트럼프 “지켜보자” 신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예멘에 억류됐다 최근 풀려난 미국인 대니 버치(왼쪽)를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나 악수하며 귀환을 축하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오른쪽) 부통령, 존 볼턴(뒤쪽)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가 사실일 경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매우 매우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AP뉴시스


북한의 동창리 서해 미사일 발사장 복구 작업이 화약고로 급부상했다. 복구 작업 움직임은 공개됐으나 북한의 의도는 베일 속에 있다.

미사일 발사장으로 다시 쓰기 위해 복구한다는 설과 미사일 발사장을 폐기할 때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라는 양극단의 추측이 제기될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미사일 발사장으로 재사용하기 위한 복구라는 전제를 달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매우 실망할 것”이라는 말을 두 번이나 했다.

민주당으로부터 “독재자(김 위원장)를 감싸고 돈다”는 비판까지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대해 강경한 스탠스로 방향을 트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면서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또 “(김 위원장과) 관계는 좋다”는 말까지 던졌다. 하지만 “우리는 매우 끔찍한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우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해 근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결국에는 해결될 것”이라고 특유의 낙관론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先) 사실관계 파악, 후(後) 대응’ 기조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하노이 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직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이 드러난 것은 타이밍이 너무 좋지 않다. 북한과의 ‘협상 무용론’이 미국에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복구가 단순한 시설 보완이라면 해프닝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재 해제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미국에 앙심을 품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장으로 쓰기 위해 복구 작업을 하는 것이 밝혀진다면 북·미 관계는 다시 충돌 직전 상황으로 돌아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미사일 발사는 중단됐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하노이 정상회담 직후 “김 위원장이 핵·미사일 실험을 재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던 트럼프 대통령은 궁지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실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치적으로 주장해온 미사일 실험 중단을 끝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첫 번째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불길한 징후”라면서 “북한의 발사장 복구 조치는 도발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행동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신중론을 취했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CNN방송에 “하노이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반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 당국을 중심으로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IA는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우리 정부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뿐만 아니라 평양 외곽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에도 차량 이동이 늘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모든 상황을 다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김경택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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