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2·사진) 할머니가 7일 “일본이 위안부 문제의 진실인 강제연행을 인정했는지 국민이 알게 해 주시길 간절히 호소드린다”며 직접 쓴 편지를 법원에 전달했다.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정보 공개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송기호 변호사는 이날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판사 문용선)에 길 할머니의 자필 호소문을 제출했다. 건강 악화로 거동이 어려운 길 할머니는 법정에 나오지 못했다. 송 변호사는 재판부에 “피해 할머니들의 권리 구제에 대해 깊이 헤아려 달라”고 말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힌 15줄의 호소문에는 길 할머니의 간곡함이 담겼다. 길 할머니는 글 첫머리에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위안부라고 불렸던 23명의 생존 할머니 중 한 사람입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저는 13살에 일본에 의해 끌려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습니다. 제 나이 이제 92살입니다. 저는 제가 죽기 전에 꼭 진실을 밝히기를 원합니다. 진심으로 호소합니다’라고 간청했다.
이 소송은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인 2016년 2월부터 이어져 왔다. 송 변호사는 ‘합의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군의 강제연행 여부를 인정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 문서를 공개해 달라’며 외교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지난 2017년 1월 송 변호사 측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합의문에 적힌 ‘일본군의 관여’가 어떤 형태로 이뤄졌다는 것인지는 제1~12차 한·일 국장급 협의 전문 등을 통해서만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며 전문을 공개하라고 했다. 이에 외교부는 “해당 문서가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결과는 오는 4월 18일 나올 예정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변론을 종결하면서 외교부 측에 “양국 간에 관련 문서를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한 사실이 있었는지 입증할 자료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소송을 돕고 있는 강경란 정의기억연대 활동가는 재판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길 할머니께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모든 활동을 하겠다고 말씀하시면서 편지를 건네주셨다”고 전했다. 1심 판결 당시 생존 할머니는 40명이었지만 현재는 22명밖에 남아 있지 않다.
한편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미쓰비시의 한국 내 상표권 2건과 특허권 6건에 대한 자산 압류 신청을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