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북·미 양측이 1주일째 아슬아슬한 탐색전을 이어가고 있다. 서로 상대방을 거슬리게는 하고 있지만 판 자체를 깨려는 의도는 아직까지 없어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북·미가 상대를 건드리고 있는 것 자체가 협상을 하고 싶다는 신호이며, 사실상 북·미 핵 협상 3라운드 전초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북한이 평북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다시 활용하려고 복구하는 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매우 매우 실망할 것(very, very disappointed)”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면서도 “그 일(미사일 발사장 복구)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나는 매우 실망할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앞서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틀 후 촬영된 위성사진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장을 급속히 복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창리 발사장 복구 움직임을 몰랐을 리 없고, 북한 역시 노출될 게 뻔한 행동을 한 것은 양국이 3라운드 협상에 앞서 탐색전에 나선 것”이라며 “북·미가 서로 잽만 날리면서 상대 의중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도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아파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카드를 슬쩍 내밀었고, 미국은 대북 제재 강화 가능성을 내비쳤다”며 “장기 교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재로선 실무협상이 곧 시작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북·미는 지난달 28일 정상회담 결렬 직후부터 신경전을 벌였지만 양측 모두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은 여전하다. 북한은 6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한 2차 북·미 정상회담 관련 기록영화에서 대미 관계 개선 의지와 3차 정상회담 확약을 부각시켰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7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빅딜’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면서 “대통령은 북한과 다시 대화를 여는 데 분명히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정 조율이 어떻게 될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핵시설은 물론 생화학무기까지 폐기해야 한다”고 협상의 문턱을 높이면서 대북 제재 강화 가능성까지 언급했었다.
우리 정부도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 애쓰고 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7일 미국 워싱턴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만나 북·미 회담 결렬에 따른 후속조치를 논의했다. 양측은 현 시점이 매우 민감한 시기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면서 긴밀한 조율을 지속키로 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욱 이상헌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