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 트로트 편견 넘어 특유의 멋 알렸으면…


 
지난달 28일 첫 방송된 TV조선 신규 프로그램 ‘미스트롯’의 한 장면. 출연자 100명은 미인대회 참가자들처럼 빨간 원피스에 어깨띠를 두르고 무대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방송화면 캡처


트로트의 인기는 꾸준하다. 규모가 어느 정도 큰 지역 축제에는 평균 두세 팀 넘는 트로트 가수가 출연한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어디를 가도 항상 트로트가 울려 퍼진다. ‘전국노래자랑’(KBS1)을 보면 트로트를 애창하는 어린 학생도 적잖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소녀시대의 서현, 빅뱅의 대성, 애프터스쿨의 리지 등 유명 아이돌 가수가 트로트 노래를 취입하는 경우도 있다. 트로트는 나름 잘 나가는 장르다.

이 모습들만 보면 좋게 느껴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상은 피폐하다. 지상파 방송 중 트로트 가수가 초대되는 프로그램은 ‘가요무대’(KBS1)와 ‘전국노래자랑’이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방송에 설 기회가 적으니 트로트 가수들은 어쩔 수 없이 행사 위주로 활동한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두루 사랑을 받는 히트곡이 나오기도 쉽지 않다. 많은 음반이 제작되긴 해도 활동 무대가 부족하니 트로트 시장은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TV조선이 트로트의 전성기를 열겠다며 지난달 28일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을 선보였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프로그램은 여성 참가자만 모집해 차별화를 꾀했다. 또한 여러 세대의 관심을 이끌어 낼 목적으로 고등학생, 대학생, 현역 트로트 가수, 자녀가 있는 사람 등으로 출연진을 다양하게 꾸렸다. 일련의 장치들에 힘입어 미스트롯은 첫 방송에서 시청률 5%를 기록했고, 2회에는 시청률이 7%를 웃돌았다.

프로그램은 첫 방송 오프닝 때 100인의 참가자를 무대에 모두 세워 성대함을 뽐냈다. 하지만 이 모습은 일부 시청자에게 불편하게 다가갈 만했다.

참가자 중 몇몇은 시선을 끌기 위해 노출이 과한 옷을 입었다. 카메라에 잡힌 순간 요염한 포즈를 취한 이도 다수였다. 가뜩이나 성 상품화가 범람하는 시대에 트로트 가수도 섹스어필에 경도되는 현상은 안쓰러움과 답답함을 자아냈다. 몇몇 공연은 트로트에 대한 편견을 고착화할 소지가 충분했다. 트로트가 행사에서 향유되는 추세에, 박현빈의 ‘곤드레만드레’, 홍진영의 ‘사랑의 배터리’ 등 댄스음악 형식을 띤 트로트의 인기가 맞물리면서 트로트를 분위기 띄우는 음악으로만 인식하는 경향도 날로 심해지고 있다.

이에 영향을 받아 어떤 참가자들은 노래를 부르는 내내 이런저런 추임새를 넣으며 심사위원들의 동참을 유도했다. 요즘 나오는 경쾌한 트로트에 익숙한 어린 시청자들은 이런 행동을 트로트의 특징으로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물론 프로그램은 긍정적인 면도 지니고 있다. 보통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미스트롯도 시청자에게 실력 좋은 인물을 소개해 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낯선 트로트 노래들을 접하는 만남의 장이기도 할 듯하다.

2014년 방송 프로그램 ‘트로트 엑스’(엠넷)도 트로트 부활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으나 그 이상을 실현하진 못했다. 미스트롯도 다르지 않을 듯하다. 트로트 활성화는 프로그램 하나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많은 이에게 트로트의 멋을 전달해 줄 수는 있다. 미스트롯이 트로트의 매력을 충실히 알려 주는 자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한동윤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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