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TV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들어 신경전을 벌이며 서로에 대한 공격 수위를 다시 높이고 있다. 퀀텀닷디스플레이(QLE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의 판매 실적이 함께 상승하는 상황에서 차세대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판단을 하고 총력전을 펴는 양상이다.
포문은 QLED TV를 내세우는 삼성전자가 열었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지난달 ‘2019년형 삼성 QLED 8K 기술 설명회’에서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 QLED TV 총 판매량이 경쟁사 OLED TV 판매량을 역전했다”고 말했다. 경쟁사는 LG전자를 의미한다.
그러자 LG 측이 발끈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지난달 기술 설명회에서 “경쟁사의 QLED TV는 퀀텀닷을 이용한 액정표시장치(LCD) TV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LG전자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장인 권봉석 사장도 지난 6일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QLED TV는 LCD 기술 기반이라 블랙 색상 표현 등에서 OLED TV와는 구조적으로 차원이 다르다”고 거들었다. LG는 판매금액 기준으로는 OLED TV가 QLED TV에 앞섰다는 입장이다.
10일 시장조사 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판매 실적과 관련해 양측의 주장은 모두 맞는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에서는 QLED TV가 OLED TV를 제쳤지만, 전체 판매 금액에서는 OLED TV가 더 많다.
다만 최근 추세를 보면 QLED TV가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2018년 2분기까지는 분기별 판매량이 OLED TV가 더 많았지만 3분기와 4분기에는 QLED TV가 각각 더 많이 팔렸다. 판매금액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져 QLED TV가 3분기와 4분기에 OLED TV를 제쳤다. 업계에서는 성장세가 빠른 QLED TV의 판매량이 OLED TV를 앞서는 추세가 향후 몇 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상황에서 LG는 OLED를 채택하는 TV 제조사가 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QLED TV와의 경쟁에서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TV 제조사들이 어떤 종류의 디스플레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패널 매출도 함께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QLED·OLED 브랜드 인지도도 함께 오르거나 떨어진다. 디스플레이 연합군(진영)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2013년 OLED 진영은 LG전자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듬해 스카이워스가 합류했고 1년 뒤 파나소닉, 콩카, 창홍이 가세했다. 지난해에는 OLED 진영에 이름을 올린 업체가 총 15개로 늘었다. 반면 QLED 진영은 열세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TCL, 비지오, 하이센스 정도가 QLED TV를 생산한다. 삼성전자도 진영의 몸집을 불리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 분위기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