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미래를 좌우할 ‘운명의 3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영국 하원은 12~14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3단계 투표를 시행한다. BBC 등 영국 언론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지난 2월 27일 제안한 3단계 투표를 의회가 동의한 만큼 하원에서 3일간 최대 세 차례의 투표가 이뤄진다고 10일 보도했다.
우선 12일 첫 번째 투표는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두 번째 표결이다. 하원이 지난 1월 메이 정부와 EU가 합의한 ‘EU 탈퇴협정’과 ‘미래관계 정치선언’을 부결시킨 데 따른 두 번째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 투표다. 하원 의원 650명 중 투표권이 있는 639명의 과반인 320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통과된다.
12일 투표가 가결되면 영국은 기존 합의안대로 오는 29일 EU를 탈퇴한다. 부결되면 하원은 13일 탈퇴 조건이나 미래 관계에 대한 협정 없이 EU를 떠나는 이른바 ‘노딜(No deal) 브렉시트’ 여부를 놓고 다시 찬반 투표를 한다. 현재로선 12일 투표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하원은 지난 1월 첫 번째 브렉시트 승인 투표를 찬성 202, 반대 432의 큰 표차로 부결시켰다. 당시 부결의 최대 원인은 브렉시트 이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 및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별도의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국을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도록 하는 ‘안전장치(Backstop)’ 조항 때문이다.
하원은 안전장치 적용 기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을 경우 영국이 단일 관세동맹을 탈퇴하고 싶어도 탈퇴할 수 없어 EU에 종속된다며 반대했다. 이후 메이 총리는 EU와 안전장치를 놓고 다시 협상을 이어왔다. 미셸 바르니에 EU 측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8일 “안전장치의 다른 요소들이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영국에 EU와 합의하지 않고 EU 관세동맹을 탈퇴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최종 제시했다. 하지만 집권 보수당 지도부는 9일 EU의 양보안이 북아일랜드를 영국 본토와 다르게 취급함으로써 영국의 통일성을 저해한다면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가능성이 높은 것은 13일 노딜 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투표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미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영국을 떠났거나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13일 노딜 브렉시트 투표가 가결되면 영국은 29일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게 된다. 만일 이 안도 부결되면 다음 날인 14일 브렉시트 시기 연기를 두고 다시 표결이 진행된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연기는 단 한 번이며, 제한된 짧은 기간의 연장을 단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연기 시점은 6월까지다. 그러나 브렉시트 연기에는 영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하다. CNBC는 브렉시트 연기와 관련해 EU 회원국들의 의견이 엇갈린다고 보도했다.
브렉시트가 연기된다고 해도 문제는 그대로다. BBC는 브렉시트 연기 이후 가능한 선택지로 EU-메이 총리 합의안에 대한 또 다른 투표, 노브렉시트, 총선, 국민투표, 재협상, 내각불신임 결의, 노딜 브렉시트 등 7가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6월까지 브렉시트가 미뤄지면 영국은 5월 EU 의회 선거에 참가할 의무가 생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