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보란듯 미사일 발사 준비… ‘벼랑 끝 전술’로 美 압박

민간 위성영상업체 디지털글로브가 지난달 22일 촬영한 평양 외곽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의 위성사진. 단지 내에 차량 여러 대가 주차돼 있다. AP뉴시스


북한의 미사일 개발 핵심시설인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이 북한 특유의 ‘벼랑끝 전술’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여차하면 쏠 듯한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보여주면서 미국에 제재 해제에 나서라는 압박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과 CNN방송 등은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미사일이나 위성용 로켓 발사를 준비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고 지난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보도는 평양 외곽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를 지난달 22일에 찍은 상업 위성사진을 근거로 한다.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는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체라고 주장하는 ‘은하 3호’와 ICBM ‘화성 15형’ 개발과 조립이 이뤄진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에는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 안에 차량과 트럭들이 서 있으며, 단지 북쪽 철로에는 열차가 정차해 있다. 철로 근처에는 크레인 2대가 세워져 있다. 미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의 제프리 루이스 소장은 “북한이 로켓을 만드는 과정으로 보인다”면서도 군사용 미사일 발사 준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인공위성과 ICBM 발사 기술은 별 차이가 없다. 열차에 무엇이 실려 어디로 운반됐는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상업위성 사진만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철로 주변에는 가림막이 쳐져 있다. NPR은 열차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으로 향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사일이나 위성용 로켓 부품을 조립, 열차에 실어 최근 복구 정황이 포착된 동창리 발사장으로 보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사일이나 인공위성을 시험발사하기 전 단계라는 추정이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을 엎는 선택을 할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핵 위협이 사라졌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대북정책을 정당화해 왔다. 북한이 다시 시험발사를 재개한다면 북·미 대화 재개의 명분이 사라질 수 있다. 더욱이 김 위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경제건설에 집중하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미사일이나 인공위성 발사가 실제 이뤄질 경우 북한의 돈줄을 차단하는 대북 제재는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7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우주 발사체 발사라 해도 북한이 한 약속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모든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북한은 현재 발사체를 쏠 듯 말 듯한 모호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협상 전략을 짜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의 비핵화 협상력을 높이려는 포석을 깔고 있다는 해석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실제 북한이 시험발사를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의 협상에서 북한이 내놓을 카드를 늘리고 동창리 시험장이 얼마나 중요한 시설인지를 의도적으로 보여주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움직임을 더 지켜봐야 정확한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사일·위성 발사에 임박한 징후가 명확하게 식별되지 않았기 때문에 북측 의도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경택 조성은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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