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임무는 없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 나온 김 위원장의 첫 공식 메시지다. 북한이 최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 유지를 시사한 것은 대미 강온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6∼7일 평양에서 열린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전체 인민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좋은 집에서 살게 하려는 것은 위대한 수령님(김일성)과 위대한 장군님(김정일)의 평생 염원이며 이상이고 투쟁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 당 사상사업에서 중요한 과업의 하나는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다그치는 데 선전선동의 화력을 집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최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노출하며 미국을 압박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경제건설을 강조한 것은 북·미 대화 재개 의지로 해석된다. 아울러 미국을 향해 대북 제재 완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 측면도 있다.
북한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사실을 지난 8일 처음으로 공개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차 조·미 수뇌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좋은 결실이 맺어지기를 바라마지 않았던 내외는 회담이 뜻밖에도 합의문이 없이 끝난 데 대해 미국에 그 책임이 있다고 한결같이 주장하며 아쉬움과 탄식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10일 “북한이 경제발전과 비핵화의 길을 급격히 바꾸기는 쉽지 않다”며 “이런 사정을 감안해 초급선전일꾼들을 불러 모아 경제발전을 독려하고 민심을 다독이는 메시지를 전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북·미 모두 시간이 소모적으로 흘러가는 것은 원치 않기 때문에 비핵화 협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재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 초급선전일꾼은 각 기관, 단체 등에서 일반 주민들을 상대로 선전선동사업을 하는 간부를 통칭한다.
북한은 이날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치렀다.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헌법상 입법권을 행사하는 최고주권기관으로 5년마다 새로 구성되며, 남측의 국회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김 위원장 집권 후 두 번째 대의원 선거다. 북한은 이번 선거를 통해 체제 결속을 다지는 데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