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팬클럽은 없었다… ‘아미’가 만든 서울광장 BTS 축제

방탄소년단(BTS) 팬클럽 ‘아미’ 회원들이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 ‘아미 유나이티드 인 서울’에서 대형스크린에 뜬 BTS 공연 영상을 함께 보며 환호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아미 유나이티드 인 서울’ 행사 홍보 포스터.


“방탄소년단(BTS)이 오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우리끼리 즐거웠거든요.”

전북 군산에 사는 박모(16)양은 10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서울 광진구에 사는 오모(16)양과 구로구에 사는 이모(16)양을 처음으로 만났다. 셋은 트위터에서 인기 아이돌그룹 BTS와 관련된 내용을 공유하면서 친해졌다. 첫 만남이었지만 ‘아미’(BTS 팬클럽)로 이미 끈끈해진 세 사람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서울광장에서 BTS 팬 1만여명이 모여 축제를 벌였다. 팬들이 BTS와 추억을 기록해 가는 ‘아미피디아’(아미와 위키피디아의 합성어)의 오프라인 행사인 ‘아미피디아:런 아미 인 액션’이다. 전 세계 7개 주요 도시에 흩어져 있는 2080개 QR코드를 찍어 BTS와 관련된 퀴즈를 풀고 이와 연관된 자신의 추억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쌍방형 이벤트다.

박양은 “이런 행사는 처음”이라며 “콘서트가 팬과 가수의 소통 장소라면 이건 팬들끼리의 소통이다”고 했다. 박양만이 아니었다. 다른 아미들도 “야외에서 가수 없이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게 신기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미들은 행사 시작 2시간 전인 오후 1시부터 서울광장으로 모여 들었다.

이날 광장은 아미들의 대화합의 장이었다. 한국에서 자체 팬클럽 행사가 광장 축제로까지 확산한 건 처음이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콘서트는 제한된 사람들만 돈을 내고 하지만 아미피디아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라는 것이 특징”이라며 “보다 많은 사람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공간에서 진행되고, 자신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즐거움을 맛보게 한다”고 분석했다.

전통적으로는 스타가 팬덤의 구심점이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행사에는 BTS가 없었지만 팬들은 강하게 결속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존 팬덤은 스타를 중심으로 콘서트 장이나 팬미팅 현장에 모였지만 아미는 팬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봤다. BTS가 커다란 ‘장’을 열어주는 역할을 했다면 팬덤의 내용은 팬들이 스스로 채우는 모습이다.

온라인 위주인 팬덤이 오프라인으로 연결되면서 더 큰 힘이 생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인터넷에 팬덤의 발자취를 기록하고 BTS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팬 스스로 이벤트를 기획해서 국제적 행사를 벌이는 데까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도 양평에서 온 양이주(16)양은 “오늘 트위터로 알게 된 또래 친구 3명을 만나기로 했다. 이 행사는 아미들이 만나서 단합을 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일반 콘서트랑은 다르다”며 “모르는 사람들도 아미라는 이름으로 함께 만날 생각을 하니 설렜다”고 말했다. 김은희(38)씨는 “이 공간에서만큼은 BTS를 보는 게 중요하지 않다. 팬들이 같이 모여서 하나를 바라본다는 것, 그 마음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5년째 BTS 팬인 정은정(18)양도 “펜스 바깥에 있는 팬들도 하나가 될 수 있는 공간이었다. BTS 없는 BTS 팬미팅 같았다”고 전했다.

외국인 ‘아미’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국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미국인 라산다씨는 울타리 밖에서 노래를 흥얼거리고 춤을 따라 추면서 행사를 즐겼다. 스웨덴에서 온 마이(20·여)씨는 “개방된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신나게 놀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발길을 멈추고 이들을 지켜봤다. 김모(67)씨는 “우리 시대 가수들도 실제로 안 나오고 이렇게 콘서트 영상만 틀어줘도 동년배들과 어울려 춤을 추고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아미에게 팬덤은 곧 ‘놀이’였다. 입장권과 함께 아미피디아에 참여할 수 있는 QR코드를 받아든 팬들은 생일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기뻐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팬으로 산다는 것 자체가 ‘놀이화’되고 있다. 팬덤 문화를 더 재밌고 흥미롭게 즐기는 과정에서 음악이 오래 지속될 수 있는 형태가 됐다”고 분석했다. 방탄소년단은 오는 23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두 번째 오프라인 행사를 열 예정이다.

최예슬 박세원 이동환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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