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21)가 최경주(49)와 양용은(47)에 이어 한국 남자골프의 대들보가 될 조짐이다. 특히 지금까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한국 선수 신인왕 수상 가능성도 높아졌다.
임성재는 1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 힐 C&L(파72·7429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마지막 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를 기록한 임성재는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 라파 카브레라 베요(스페인)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올 시즌 PGA 투어에 데뷔한 임성재는 첫 ‘톱3’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지금까지 임성재의 최고 성적은 지난해 10월 세이프웨이 오픈에서 기록한 공동 4위였다.
임성재는 또 이번 대회 10위 이내에 든 선수 가운데 아직 올해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오픈 출전 자격이 없는 상위 3명에게 주는 출전권도 확보해 기쁨이 배가 됐다.
임성재는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신인왕 경쟁에 불을 붙였다. 임성재는 캐머런 챔프와 마틴 트레이너, 애덤 롱(이상 미국)과 신인왕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임성재는 이들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롱은 공동 10위, 트레이너는 공동 66위에 그쳤고 챔프는 컷탈락했다.
제주에서 7세 때 골프에 입문한 임성재는 주니어 시절 골프 신동으로 유명했다. 특히 초등학교 3학년이던 2007년에는 대한골프협회(KGA)에서 공인한 국내 최연소 홀인원 기록(9세 113일)을 세웠다. 12세 때는 국가상비군에 발탁되기도 했다. 2015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투어 큐스쿨을 동시에 통과하는 등 차세대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엔 웹닷컴(PGA 2부) 투어 상금왕 자격으로 화려하게 PGA 투어에 입성했다.
PGA에서도 지난해 10월 세이프웨이오픈 공동 4위와 지난달 4일 피닉스오픈 공동 7위, 이번 대회 공동 3위 등 16개 대회에서 세 차례나 ‘톱 10’에 진입해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성재가 PGA 투어 신인왕까지 받는다면 최경주와 양용은에 이어 한국 골프를 대표하는 선수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PGA 투어에서 신인왕을 받은 한국 선수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김시우가 2년 전 에밀리아노 그리요(아르헨티나)와 막판까지 신인왕 경쟁을 펼쳤지만 아쉽게 놓친 바 있다. 신인왕은 시즌 최종전이 끝난 뒤 선수들의 투표에 의해 결정된다. 임성재는 또 시즌 상금도 133만8333달러(15억2000만원)를 벌어 26위가 돼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임성재는 “큰 대회에서 공동 3위에 오르며 우승 근처로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다음에 출전하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도 메이저 대회에 준하는 큰 대회인 만큼 잘 준비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