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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태원준] 클럽 아레나



서울 강남의 클럽 아레나가 업계 1위에 오른 건 철저한 ‘입뺀 시스템’ 덕이라고 한다. ‘입구 뺀지’란 속어를 줄인 말로 외모와 차림새가 볼품이 없으면 입장을 막는다는 뜻이다. 이 클럽의 한 MD(영업사원)는 “이런 입뺀 시스템이 아레나에 입장하는 이들에게 큰 자부심을 준다”고 블로그에 적었다. 시간대별 입뺀 기준을 1~4단계로 정리한 글이 지난해 인터넷에서 회자되자 유튜버 사이에선 아레나 입뺀 체험 방송이 유행했다. 어느 여성 유튜버는 ①힙합룩 ②청바지 스타일 ③노출패션으로 세 차례 도전했는데 입장에 성공한 건 노골적으로 신체를 드러낸 ③번뿐이었다.

아레나 내부는 음악에 따라 힙합존과 일렉존으로 나뉜다. 각각 바와 테이블이 배치돼 있다. 불타는 금요일 밤의 테이블 값은 구석자리가 150만원, 좋은 자리는 300만원쯤 한다. 이 금액만큼 술을 주문해야 하고 여기서 가장 싼 샴페인 모엣 샹동이 3병에 80만원이다. 테이블에서 샴페인을 시키면 샴걸(샴페인 걸)이라 불리는 여성 종업원들이 샴페인 병에 폭죽을 붙여 가져다준다. 누군가 샴페인을 많이 시켜서 샴걸과 폭죽 불꽃의 긴 행렬이 생기는 걸 열차라고 부르는데, 지난달 ‘아르망디 열차’가 등장했다. 750㎖ 한 병에 200만원인 아르당 드 브리냑 샴페인을 20병 넘게 주문한 사람이 있었다. 유튜브에는 2017년 10월의 아르망디 열차 영상이 있다. 샴걸 여럿이 함께 든 15ℓ짜리 대형 아르망 드 브리냑 한 병의 값은 9900만원이었다.

비싼 술을 파는 걸론 부족했는지 마약도 유통됐다. 부산경찰청은 최근 이 클럽에서 투약한 직원과 손님 5명을 검거했다. 2014년 필로폰을 투약해 기소됐던 유명 정치인의 사위가 마약을 구입한 곳도 아레나였다. 그가 적발된 때는 이 클럽이 문을 연 해였으니 개업 당시부터 마약이 거래됐다는 얘기가 된다. 서울경찰청은 10일 아레나를 압수수색했다. 가수 승리의 성접대 의혹을 파헤치려 한다.

샴페인 열차의 불꽃에 가려졌던 마약과 섹스. 강남 클럽의 치부가 드러나는 시기에 주원규의 소설 ‘메이드 인 강남’이 출간됐다. 돈과 욕망이 몰리는 강남을 무대로 부유층의 일탈을 그렸다. 마약과 섹스의 쾌락 속에 살인이 벌어지고 자본과 권력의 카르텔은 이를 무마한다. 작가는 3년 전 취재를 위해 강남 호스트바에 취업했고 그때 목격한 것을 모티브로 삼았다. 현실을 소설로 그렸더니 이번엔 소설이 다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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