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액세서리를 훔치다 걸린 10대 여학생에게 노예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손과 얼굴을 만진 매장의 30대 점장은 어떤 처벌을 받아야 적절할까.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주부로부터 1400만원을 받아낸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당신이 판사라면 어떤 형을 선고하겠는가.
실제 있었던 범죄 사건에 대해 자신이 판사가 돼 형을 선고해 보는 양형체험 프로그램에 강제추행과 사기 범죄 사건이 추가됐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기존에 살인 및 절도 사건 두 종류의 모의 판결 체험만 있었던 양형위 홈페이지(http://sc.scourt.go.kr)의 ‘당신이 판사입니다’ 코너에 콘텐츠를 추가하고 새로 단장했다고 11일 밝혔다.
지난해 1월 도입된 이 프로그램은 먼저 실제 있었던 해당 범죄 사건에 대한 뉴스를 보고 형량을 선택해본 뒤 사건을 재현한 영상 및 피고인·변호인·검찰 측 주장, 관련 법규정을 모두 본 다음 판사 입장에서 타당한 형량을 선고하는 순으로 이뤄져 있다. 이후 실제 재판에서 선고된 형량과 자신이 선고한 형량, 체험 전 선택한 형량을 모두 비교해볼 수 있다.
양형위 관계자는 “체험을 통해 각자의 입장을 들어보고 현행 형법 및 양형기준도 알게 됨으로써 형사재판 절차와 적절한 양형 수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프로그램 운영 결과를 보면 살인범죄 사건의 경우(2만1605명 참여) 체험 전 9%만 집행유예를 선택했다가 체험 후 39%가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등 보다 합리적 형량을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