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이동통신·AI 접목… 제조업에 신기술의 옷을 입히다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통한 연결·확장·융합이 위기를 맞은 한국 제조업을 혁신할 수 있는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작업자 없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실시간으로 기계를 원격 조종하고, 단순 작업은 로봇으로 대체하는 스마트공장이 주력 제조업종에 확산되는 추세다.

11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기업은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생산성이 30% 올랐고 불량률과 원가는 각각 43.5%, 15.9%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스마트 공장 내부의 수많은 기기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5G 통신의 초저지연, 초연결 속성이 필수적이다. 5G 통신이 연결되면 단말기와 기지국 간 지연 시간을 대폭 줄여 반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5G가 2035년까지 세계 제조업에서 3조3640억 달러(약 3814조원)의 경제 효과를 유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 서비스를 준비 중인 한국의 이동통신업계가 스마트공장과 관련된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은 제조 공장이 스마트 공장으로 쉽게 전환되도록 5G 네트워크와 특화 솔루션, 데이터 분석 플랫폼, 단말을 ‘올인원 패키지’로 제공하는 내용을 담은 5G 스마트공장 확산 전략을 추진 중이다. SK텔레콤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개선점을 찾고 이에 맞는 솔루션을 추천한다. 5G,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을 설비 전반에 접목하도록 컨설팅도 한다.

SK텔레콤과 스마트제조혁신센터 주도로 19개 기업·기관이 참여하는 5G 스마트공장 동맹(5G-SFA)도 출범했다. 스마트제조혁신센터는 국내 제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스마트 제조에 대한 연구·개발(R&D), 시험, 테스트를 수행하는 조직이다.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보쉬, 지멘스 등 기업들은 5G-SFA를 통해 기술·규격을 통일하고 범용 솔루션을 만든다. 5G를 활용한 상용 기술, 사업 모델도 공동 개발한다. 통일된 규격이 마련되면 5G 스마트공장 솔루션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비용이 절감된다. 중소기업의 솔루션 업그레이드도 쉬워진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19’에서 제조업 공정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AI 솔루션 ‘슈퍼노바’를 소개했다. 슈퍼노바는 인공 신경망을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컴퓨터(딥러닝) 기술이 핵심이다. 반도체 기판(웨이퍼)의 불량을 판정하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반도체 영상을 찍어야 한다. 기존 반도체 공정은 웨이퍼를 여러 차례 반복해서 촬영하고 그 영상을 합성하는 작업을 거쳤다. 그러나 슈퍼노바의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AI가 영상을 분석하자 불량 판정을 위한 촬영 횟수와 처리 시간이 대폭 줄었다는 게 SK텔레콤의 설명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부터 슈퍼노바를 SK하이닉스 반도체 제조 공정에 시범 적용하고 있다.

KT는 올해 MWC에서 여성용 화장품인 마스카라를 조립하는 로봇을 시연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5G 로봇은 상자 속 정렬되지 않은 각 부품의 위치 데이터를 3차원(3D) 카메라를 통해 수집한 뒤 5G 플랫폼으로 전송하고, AI는 실시간 분석한 부품의 위치 정보를 로봇에 전송해 로봇이 정확하게 마스카라를 조립할 수 있도록 했다. KT는 또 지난 6일 패션·IT 기업 apM이커머스, 스마트공장 전문기업 알에스오토메이션과 5G 패션 스마트공장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봉제 공장에 최적화된 5G 지능형 로봇 개발, AI·빅데이터를 활용한 패션 트렌드 분석 등이 추진된다.

LG유플러스는 MWC에서 바르셀로나와 경기도 평택 공장을 연결하는 물류 로봇 시스템 원격 제어 기술을 선보였다. 두 지역 사이 거리만 1만㎞ 정도다. 시스템이 자율주행 물류 로봇의 움직임을 통제하고, 경로 영상을 제공한다. 이 기술을 통해 로봇은 가장 효율적인 동선으로 가공 부품을 선반에 선적·하적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중간에 장애물이 있으면 자동으로 경로를 변경한다. 이용자는 물류 로봇의 배터리 상태, 위치 등을 생산 관리 시스템을 통해 공장 내부는 물론이고 외부에서도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다.

5G뿐만 아니라 AI 기술과 제조업의 융합도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AI로 품질 불량을 검출해내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생산 현장에 적용했다. 이미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품질 불량을 검출해내는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해 충북 진천의 첨단 전장 부품 공장 내 전동식 조향장치용 전자제어장치(MDPS ECU) 생산설비에 접목한 것이다. ECU는 전장 부품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전자 장치로 엄격한 품질 검사를 받는데 검사 방법의 한계로 정상 제품이 부적합 판정을 받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다양한 샘플을 AI에 학습시켜 98% 이상의 판별 성공률을 달성했다. 데이터가 더 쌓이면 불량을 완벽하게 걸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현대모비스는 270만개에 이르는 AS 부품 수급을 위한 AI 모델도 상반기부터 도입한다. 모델의 정확도가 높아진다면 물류비용이 절감되고 고객 만족도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AI 기술을 생산·물류 부문에 확대 적용하기 위해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초 사내에 빅데이터팀을 신설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아닌 자동차 부품 회사가 AI 개발을 위한 별도의 팀을 운영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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