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새로 출범하는 한국조선해양(가칭)은 압도적인 글로벌 1위 자리를 꿰찰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노사 갈등과 기업결합 심사 등 남은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세계 최고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앞으로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이해관계국 기업결합 심사다. 쉽게 말하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수주 계약을 맺은 모든 국가에 두 회사의 인수·합병에 대한 허락을 받는 일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수주량을 자랑하는 국내 조선사들이 결합한다는 것은 이해관계국에는 경쟁 상대가 더욱 강해지는 것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한 지난달 말 기준 세계 조선소별 수주잔량을 보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가 1위,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가 2위다.
기업결합 심사는 독과점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세계적 보호무역주와 환경규제 바람도 악재가 될 수 있다. 2020년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양사의 LNG 운반선 점유율은 57%에 이른다. 중국과 일본 등 경쟁 국가에서 기업결합 심사 때 양사의 인수·합병을 거절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11일 “특히 1, 2위를 다투는 중국 당국이 쉽게 심사를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이 과정이 길어질 경우 수주 계획 등에 차질이 생겨 오히려 두 회사의 결합이 서로를 망가트리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유럽 경쟁국들을 설득하기 위해 지난 10일 유럽으로 향했다.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선 고용 불안정 등의 문제로 대립 중인 노사 갈등도 풀어내야 한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자율경영체제 보장과 고용안정 보장, 협력업체 기존 거래처 유지 등을 약속했지만 노조의 반발은 거세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우조선 매각을 반드시 막아내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놓겠다”며 총력 투쟁을 결의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 측은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성사될 경우 규모의 경제와 중복투자 제거, 구매 및 연구·개발(R&D) 부문 등에서 시너지가 클 것”이라면서도 “양사가 향후 전면 파업 등으로 확대될 경우 기업결함 심사에 생산 차질 및 이에 따른 지체배상금 등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앞선 기술력을 가진 두 회사의 결합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