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탁탁’ 마른가지 한데 모아 연탄에 불을 붙인다. ‘치직치직’ 마찰음 소리와 함께 연탄구멍 사이로 불길이 치솟는다. 시뻘건 연탄의 타는 냄새가 퍼지고 온기가 마을을 감싼다. 너도나도 연탄을 재워놓던 시절은 지나고, 이제 활활 타오르던 연탄의 불길이 꺼져 간다.
“사양 산업이 되어버린 석탄 산업에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요. 산업전사로 역경의 세월을 보낸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부심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장 1, 2년 뒤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입니다.”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에서 ‘케빙’ 작업을 하는 임용귀(45)씨는 2대째 광부 일을 이어오고 있다. 케빙 작업은 ‘막장’ 안에서도 최전선에서 발파와 채굴을 담당하는 업무로 가장 위험한 일에 속한다. 몇 년 전부터 구조조정과 폐광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고 말했다. 40대 중반이지만 신규 채용이 없어 막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석탄은 액화천연가스(LNG)와 유류시장의 확대로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89년 한해에 70만t을 생산했던 화순광업소는 올해 생산계획 기준 10만t으로 7배가 줄어들었다. 줄어든 생산량만큼 직원 수도 현저히 줄어 700명에 달했던 채굴 근로자는 현재 55명만이 남았다. 1700명까지 달했던 총 직원 수는 직주근로자 160명과 외주근로자 220여명을 합해 380여명으로 줄었다. 광업소 앞 즐비했던 상점들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탄광촌은 이마저도 유지가 어려운 실정에 놓여 있다. 석탄을 캐는 비용보다 수입해서 쓰는 것이 훨씬 저렴한 탓에 수입 비중이 크게 오르고 있어서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광업소의 근로자들 또한 이해하고 있다. 한때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한 산업영웅이었으나 이제는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광부들은 생계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 속에서도 임씨는 웃으며 말한다. “제 소원은 첫째도, 둘째도 회사가 오래 지속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처자식을 배불리 먹일 수만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보람 아니겠습니까.”
화순=사진·글 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