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에 세대교체의 바람이 분다. 유망한 프리메라리거 이강인(18·발렌시아 CF)과 백승호(22·지로나 FC)가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선발됐다. 백승호와 U-20(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승우(21·헬라스 베로나)에다가 김정민(20), 이진현(22) 등 20대 초반 선수들도 합류했다. 부상으로 잠시 대표팀을 떠났던 권창훈(25·디종 FCO)은 다시 부름을 받았다. 3년 후 2022 카타르월드컵을 책임질 신세대다.
파울루 벤투 축구 대표팀 감독은 3월 A매치에 나설 스물일곱 명의 국가대표 선수 명단을 11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발표했다. 이번 평가전의 목적은 카타르월드컵을 위한 밑그림 그리기다. 어리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여럿 선발됐고, 소집 인원도 평소보다 늘었다. 벤투 감독은 “가장 중요한 목표는 2022 카타르월드컵”이라며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젊은 선수들이 어떻게 대표팀에 녹아들지 실험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대표팀의 과감한 세대교체는 필연적이었다. 십여년 간 국가대표로 헌신해온 기성용과 구자철이 지난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을 마치고 은퇴를 선언했다. 당장 오는 하반기부터 치를 카타르월드컵 예선전부터 이들의 빈자리를 새 얼굴로 메워야 한다.
벤투 감독은 “월드컵 예선을 치르기 전에 최대한 많은 선수를 테스트하려 한다”며 “남은 기간 훈련과 경기를 통해 우리가 구축해 놓은 틀에 알맞은지 판단하겠다”고 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벤투 감독이 젊은 선수들에 대표팀의 철학을 가르치고 공유하기 위해 뽑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미래를 함께 준비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데뷔한 이강인과 백승호는 신세대의 기수다. 이강인은 만 18세 20일의 나이에 태극마크를 달며 역대 대표팀 최연소 선수 7위에 이름을 올렸다. 벤투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지난달 유럽을 돌아다니며 이들의 플레이를 직접 관찰했다. 이강인은 벤투 감독과 개별 면담도 가졌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과 백승호는 젊고 능력 있기 때문에 선발했다.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의심하지 않는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단발성 선발이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벤투 감독은 “두 선수가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향후 어떻게 발전할지 장기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라고 말했다.
이강인이 대표팀에서 어느 포지션을 맡게 될지는 미지수다. 이강인은 발렌시아에서 측면과 중앙을 번갈아 뛰었다. U-19 대표팀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오기도 했다. 윙어와 중앙 미드필더 등 여러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백승호도 마찬가지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과 백승호는 모두 멀티 플레이어다. 어느 포지션에서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지, 팀에 도움 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했다.
권창훈도 벤투호에 처음 승선했다. 지난해 5월 아킬레스건을 다치며 2018 러시아월드컵 직전 대표팀에서 낙마했던 권창훈은 최근 부상에서 복귀해 골을 터뜨리는 등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벤투 감독은 권창훈에 대해 “공을 잘 다루는 기술 좋은 선수다. 대표팀 플레이스타일에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표팀은 오는 18일 파주 NFC에 모여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22일에는 울산문수경기장에서 볼리비아와, 26일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콜롬비아와 경기를 치른다.
파주=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