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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 체니 “트럼프, 부동산 거래하나”

딕 체니 미국 전 부통령(왼쪽)이 지난 2018년 12월3일 조지 H. W. 부시 대통령 추모행사에 참석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을 홀대하며 고립주의 외교를 펴는 것에 미국 내 반발이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동맹국에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강요한 것을 두고는 미국 내 네오콘(neo-conservative·신보수주의자)까지 불만을 쏟아내는 분위기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은 최근 조지아주 시아일랜드에서 열린 공화당계 정책연구기관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연례 세계포럼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앞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체니 전 부통령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미국의 국제사회 개입을 막후 설계하며 네오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체니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취소한 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독일 등이 부담하는 미군 주둔비용 전액에 50%를 더 내도록 할 것이라는 블룸버그통신의 보도 내용을 언급하며 “뉴욕 부동산 거래처럼 들린다”고 비판했다.

체니 전 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에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며 강경노선을 취한 것도 지적했다.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를 결정해 중동 정세를 혼란에 빠뜨린 것도 문제 삼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조치 이후 전 세계 우방과 동맹국이 미국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꼬집었다.

체니 전 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 외교정책을 총평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훨씬 닮았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국제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레이건 행정부보다 오바마 행정부에 가깝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놓고 미군 퇴역 장성들도 거친 반응을 쏟아냈다. 예비역 장성 마크 허틀링은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한 방위비분담금 인상안에 대해 “그것은 완전히 백치 같은 짓”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든 트로브리지 전 국방부 대변인도 “이보다 더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자멸적인 조치를 상상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런 비판에 적극 반박했다. 그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 결정이 한국에서 미군의 준비태세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다른) 훈련을 계속하고, 한국과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다. 우리는 거기서 굉장한 동맹을 맺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국민은 전 세계의 미군 배치를 우려하는 대통령을 뽑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주둔에 회의적이고 미군이 필요한 곳에만 배치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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