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지단… 유럽 축구판 다시 흔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3연패를 이끌었던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이 만신창이가 된 친정팀을 구하기 위해 퇴임 9개월만에 전격 감독으로 복귀했다. 사진은 지단이 지난해 5월 26일 우크라이나 키에프의 올림피스키 경기장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리버풀을 꺾은 뒤 우승컵을 들고 기뻐하는 모습. AP뉴시스


“그가 돌아올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의 9개월 전 예언이 결국 현실이 됐다. ‘미다스의 손’ 지네딘 지단(47·프랑스)이 난파선으로 전락한 친정팀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를 구하기 위해 전격 복귀를 결정했다. 남은 기간 무관으로 시즌을 마쳐야 하는 팀을 추스르고, 다음 시즌을 위한 밑그림도 동시에 그려야 한다.

레알은 12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산티아고 솔라리 감독을 경질했다. 레알의 새로운 사령탑은 지단 감독이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2022년 6월까지다. 오는 17일 셀타 비고와의 리그 홈경기를 통해 다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선다.

지단 감독은 복귀 기자회견에서 “난 레알을 사랑한다. 집으로 돌아와 기쁘다”며 “레알을 더 좋은 팀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 레알이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려놓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지단 감독은 페레스 회장의 끈질긴 구애를 받아들여 다시 친정팀 지휘봉을 잡았다. 일단 남은 11경기에서 레알의 색깔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후임 사령탑 훌렌 로페테기 감독과 솔라리 감독은 선수단 장악에 실패했고, 레알은 경기력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지단 감독은 “다음 시즌을 위해 변화해야 하지만 오늘은 그것이 이슈가 아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가 빠진 공격의 빈틈을 메우고, 무너진 수비 조직력을 다지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레알은 지단 감독의 장악력을 바탕에 깔고, 엄청난 자금력을 동원해 ‘폭풍 영입’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구단 역시 ‘명가 재건’이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지단 감독에게 화끈한 지원을 약속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이날 “페레스 회장이 지단 감독의 선수단 개편 구상에 맞춰 3억 파운드(약 4470억원)의 이적자금 지원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페레스 회장은 ESPN과의 인터뷰에선 “프랑스 리그1에서 활동 중인 네이마르와 킬리안 음바페(이상 파리 생제르맹)를 모두 영입하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음바페와 네이마르는 물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해리 케인과 크리스티안 에릭센(이상 토트넘) 등 최정상급 공격수들도 레알의 영입 물망에 올라 있다. 이와 더불어 “지단 감독이 레알 수뇌부에 수비수 버질 판 다이크(리버풀) 영입을 요청했다” “레알이 본격적으로 에당 아자르(첼시) 영입에 나섰다”는 등의 현지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현역시절 최고의 미드필더로 이름을 날린 지단 감독은 2016년 1월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의 후임으로 레알 사령탑에 올랐다. 부임 이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3연패(2016~2018)를 달성해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빅 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컵)’를 들어 올리는 영광을 누렸다. 호날두, 가레스 베일, 카림 벤제마 등 스타들이 즐비한 레알을 단기간에 장악하고, 하나로 결속시키면서 지도자 역량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단 감독은 지난해 5월 UCL 우승 직후 “팀과 나 자신을 위해 물러날 때가 됐다. 레알은 계속 변화해야 한다”며 지휘봉을 내려놨다. 2개월 뒤에는 호날두마저 팀을 떠났다. 이후 반복된 사령탑 교체와 전력 약화로 부침을 겪던 레알은 국왕컵(코파 델레이) 4강 탈락에 이어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으로 사실상 무관이 확정됐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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