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경제가 투자·고용 부진, 양극화 심화로 ‘역풍’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극복하려면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포함해 재정정책을 더욱 확장적으로 운용하라고 조언했다. 통화정책도 완화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MF 미션단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례협의 결과를 발표하고 “한국의 경제성장이 중단기적으로 역풍(headwind)을 맞고 있다. 정부의 정책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션단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날까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 경제정책 당국과 거시경제 관련 정책협의를 가졌다.
IMF가 ‘역풍’이라는 강한 표현까지 쓴 이면에는 한국경제가 처한 대내외적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IMF는 부진한 고용창출, 증가하는 가계부채, 감소하는 잠재성장률 등을 이유로 들었다. 급속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변화, 이로 인한 생산성 둔화도 한국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IMF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 운용, 특히 대규모 추경 필요성을 강조했다. 넥메틴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IMF 미션단장은 “최근 투자 둔화 움직임을 고려하면 정부가 이런 기회를 빌려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강력히 권고하는 사항 중 하나는 대규모 추경”이라고 말했다. IMF가 생각하는 추경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이다. 약 8조~9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고용·산업위기지역 지원을 위해 편성된 추경(3조8000억원)의 배가 넘는 규모다. 페이지오글루 단장은 “대규모 추경이 뒷받침되면 올해 2.6~2.7% 성장률 목표가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IMF의 상당히 구체적인 추경 권고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미세먼지 대책을 위한 추경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판단도 함께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미세먼지 추경’에 경기 활성화를 위한 추가 재정지출이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추경 규모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단계가 아니다”고 했다.
또한 IMF는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명확히(clearly) 완화적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페이지오글루 단장은 “전반적인 조치에 관한 의사결정은 한은이 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즉답을 피했지만 “금리를 인하한다 하더라도 심각한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한편 한국의 노동시장에 대해 유연안전성(flexicurity)이 정책 근간이 돼야 한다며 ‘세 개의 축’을 강조했다.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일자리를 옮길 수 있는 유연성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일자리를 옮길 때 발생하는 공백기를 정부가 지원하는 사회안전망이다. 마지막으로 구직자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 개선도 권고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