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의 MD(merchandiser·영업사원)가 고객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유포해 구속된 가운데 MD들 사이에선 여성 고객의 신체나 수위 높은 스킨십 장면을 찍어 공유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폭로가 나왔다. 한 MD는 ‘여성 고객과 성관계를 가진 뒤 인증샷을 올리는 단체 카톡방이 있다’고 했다.
서울의 한 클럽에서 수개월째 일하고 있다는 20대 여성 A씨는 1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를 포함해 클럽 MD 수십명이 참여하고 있는 카톡방에는 고객들의 스킨십 장면이나 노출 사진이 올라오는 일이 부지기수”라며 “모두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몰래 찍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캡처해 보내준 카톡방 화면에는 MD들이 고객들의 스킨십 장면을 공유하고 품평하고 있었다. A씨는 “소수의 MD들만 초대되는 카톡방도 있는데, MD들이 여성 고객과 클럽 밖에서 성관계한 후 인증샷을 남기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까지 서울 홍대의 한 클럽에서 6년간 근무했다는 신모(30)씨도 “MD들이 클럽 안에서 고객끼리 키스하거나 수위가 센 스킨십을 하면 몰래 찍어서 돌려보는 건 일상”이라며 “수위가 지나치게 높거나 너무 공개된 장소에서 스킨십을 하면 제재를 하는데 웬만하면 그냥 놔둔다. 말리면 화를 내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태원 클럽에서 일하고 있는 김모씨는 “MD 중엔 철이 없는 어린 친구들이 많고 서로 이름도 모를 정도로 직원 관리가 잘 안 된다”며 “우리 클럽에서도 고객끼리 성관계하는 모습이 온라인에 퍼져 논란이 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여성 고객의 신체를 몰래 찍은 후 클럽 홍보용 사진으로 쓰는 일도 잦다. A씨는 “당사자 허락 없이 몸매가 부각되게 포토샵한 후 클럽 홈페이지에 올린다”며 “사진 속 여성이 이를 발견하고 직접 삭제를 요청하기까지 홍보용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본인 사진이 온라인에 올라온 걸 끝까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클럽에선 여성을 성 상품으로 여기는 일이 흔했다. 신씨는 “가수 빅뱅 멤버 승리가 카톡방에서 ‘잘 주는 애로 (데려와라)’라고 해서 성매매 논란이 일고 있지만 사실 이런 성접대 문화는 클럽 안에서 흔하다”며 “테이블을 비싸게 주고 잡은 손님들이 MD에게 ‘여자 좀 데려와라’ 하는데 암묵적으로 성접대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A씨는 “MD 다수가 강간이나 성폭력 범죄에 대해 경각심이 없다”며 “‘쟤 ‘물뽕’ 좀 줘야겠다’라는 식으로 강간을 소재로 농담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여성 고객에 대한 외모 품평과 성희롱도 일상적으로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최근 버닝썬 MD가 불법촬영 혐의로 구속되자 클럽 측에서도 ‘MD 단속’에 들어가는 분위기라고 했다. A씨는 “어제 우리 클럽 팀장이 다급하게 ‘휴대폰에 몰카 사진이나 영상이 있으면 다 지워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신씨도 “요새는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라며 “구청에서 단속도 많이 나오고 해서 클럽 관계자들이 승리를 싫어한다”고 했다.
안규영 김승현 구승은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