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태의 주범 최순실의 이복오빠 최재석(65·오른쪽 사진)씨가 억대 횡령 혐의로 피소돼 수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국정농단 사태에서 언론에 최태민 일가의 비자금 의혹을 제기해 여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피해자와 그 주변인들은 최씨가 베트남에서 여권 중진의원 등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투자를 유혹하고 청탁을 들어주기로 공언했다고 주장했다.
12일 서울동부지검에 따르면 정모씨와 조모씨는 지난달 28일 최씨를 업무상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최씨가 베트남에서 놀이터 사업을 하겠다며 약 11만 달러(1억2400만원)를 투자받은 뒤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서울 송파경찰서에 사건을 내려보냈다.
최씨는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인 2016년 초까지 한국에서 놀이기구 납품 업체를 운영하다 사업을 접었다. 같은 해 10월 베트남에서 한국의 공장 시설을 현지로 가져와 사업을 이어나가겠다며 국내 인맥을 통해 현지 교민들을 소개받았다. 피해자인 교민 정씨도 그렇게 베트남 현지에서 최씨를 알게 된 이들 중 하나였다.
피해자들은 최씨가 ‘실세’ 최순실의 가족이라는 점을 과시하며 투자를 유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집안(최태민 집안)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며 재산 환수를 통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한다. 정씨는 한국의 지인 조모씨와 함께 8만 달러를 투자하고 지분 40%를 받았다. 이후 정씨와 조씨는 추가로 3만 달러를 더 투자했다. 최씨는 다른 투자 없이 한국의 공장 설비만 중고로 베트남에 가져갔다.
베트남 공장은 지난해 4월 생산 준비가 완료됐지만 주문은 들어오지 않았다. 최씨가 공언했던 다른 투자도 없었다. 결국 현지 공장은 베트남 업체에 약 37만5000달러(4억2400만원)에 매각됐다. 정씨와 조씨는 이 중 1만 달러만 돌려받았다. 피해자들은 “최씨가 ‘미국에 있으니 만나기 어렵다. 다시 연락하지 말라’는 답변만 남긴 채 잠적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최씨가 투자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국정농단 사태 당시 알게 된 여당 A의원과의 친분을 과시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A의원을 ‘동생’으로 불렀고, 함께 찍은 사진이나 SNS 대화 내용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고 한다. 다른 교민들에게도 “한국 정부의 해외문화사업 예산을 가져오겠다”며 자신을 돕도록 했다. A의원 측은 “최순실 추적 과정에서 최씨를 만났을 뿐 베트남과 관련해서는 어떤 얘기도 나눈 게 없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