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걸 중에는 초등학교 6학년도 있었다.” “3년 전에도 동남아에서 강남 클럽으로 마약 관광을 왔다.” “마약이나 폭력사건 대부분 증거불충분이나 기소유예 처분되더라.”…. 서울 강남 클럽을 주무대로 한 소설 ‘메이드 인 강남’(네오픽션)을 최근 출간한 주원규(44·사진) 작가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 얘기들이다.
강남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다룬 이 소설은 클럽의 성매매, 마약 보급, 경찰 유착 등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2016년 강남 한 클럽에서 6개월 동안 주류 배달원과 ‘콜카’ 기사로 일하며 현장을 취재했다. 콜카란 ‘콜걸 카풀(call girl car pool)’의 준말로 유흥업소나 성매매 장소로 여성들을 데려다주는 운전 서비스를 뜻한다. 클럽 운영자나 콜걸, 손님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면서 강남 클럽의 운영 실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우선 각종 범죄 의혹의 중심이 된 ‘버닝썬’ 사건이 자신이 본 현실과 얼마나 비슷한지 물었다. 주 작가는 “빙산의 일각이다. 마약 파티나 성매매, 경찰 유착이 실제에선 훨씬 심하다. 클럽에서 성매매를 알선하는데 미성년자가 부지기수”라고 했다. 소설에도 20대 젊은 남성이 포주로 등장하고 앳된 외모의 미성년 성매매 여성이 나온다.
이어 “20대 남성 포주가 미성년자 여성들을 클럽에 밀어넣고 ‘물뽕(GHB)’을 마시게 한다. 그리고 부유층 남성에게 접근해 미성년자를 성인이라고 속여 성매매를 하게 한다. 성매매 장면을 불법적으로 촬영한 뒤 성매수자를 협박하는 경우가 많다. 강남 한 거리는 온통 이런 불법 성매매가 성행하는 오피스텔과 원룸들”이라고 했다.
일부 클럽에서는 소위 ‘이벤트’라 불리는 변태적 성행위가 이뤄진다. 그는 “성관계나 살인 행위를 그대로 연출하는 스너프 필름(snuff flim·실제 폭력 살인 강간 장면을 촬영한 영상)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이 이벤트를 소화하는 여성은 건당 1억원을 받는다. 소설에도 나오지만 남녀 여러 명이 마약을 한 뒤 난교를 하는 경우는 ‘노멀한’ 수준”이라고 했다.
성매매 여성이나 포주들이 영업과 관련해 목숨을 잃기도 하지만 그들의 죽음은 쉽게 덮인다고도 했다. 주 작가는 “성매매 여성들은 대부분 가족과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 포주들은 주민등록이 말소된 무적자가 많다. 무적자가 되기 위해 실종이나 사망신고를 일부러 내기도 한다. 그러면 사법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들의 죽음은 무연고자로 간단히 처리된다”고 설명했다.
클럽에서 물뽕은 일상이라고 한다. 그는 “물뽕은 클럽에서 성행한다. 3년 전 내가 일할 때도 동남아에서 마약을 하면서 클럽에서 놀기 위해 오는 관광객들이 있었다. 마약 검출을 피하는 방법도 전문화돼 있다. 장과 위를 세척하거나 다른 약물을 먹어 희석시키더라”고 했다. 단속에도 적발이 어려운 현실을 뒷받침한다.
주 작가는 “클럽 간 연락망이 점조직으로 발달돼 있고, 들켰을 때 꼬리 자르기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영상 등 증거를 없애는 기술도 다양하다. 버닝썬 사건 보도를 보면서 마약 흡입 관련 CCTV 영상이 남아 있다는 게 오히려 이례적으로 보였다. 사법기관과의 유착을 짐작할 수 있는 장면도 많았다”고 했다.
강남 클럽 매출이 급성장하면서 승리와 같은 연예인들이 클럽 주주로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그는 “강남 클럽이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되면서 아이돌 연예인들이 주요 클럽 주주가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돌 그룹 S 멤버들이 지분을 갖고 있고 대형 기획사 Y 소속 연예인 다수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처음 주 작가가 강남 클럽 취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가출 청소년들을 만나면서다. “4~5년 전에 90여명을 인터뷰했는데 그중 80명 이상이 강남 술집에서 일하고 싶어 했다. 여자 애들은 콜걸로 가서 월 500만~1000만원씩 벌고 싶다고 했고, 남자애들도 포주가 되려 했다”고 한다. 그는 10, 20대가 불나비처럼 강남 클럽에 뛰어드는 이유를 탐구해 보고 싶었다.
주 작가는 처음엔 강남 클럽 이야기를 논픽션으로 쓰려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 쓰면 아무도 안 믿어줄 것 같아서 소설로 쓰게 됐다고 했다. 그는 “강남의 밤 문화는 상상을 초월했다. 일을 마치고 새벽 5시쯤 성매매 장소가 밀집된 거리에 서서 하늘을 보면 이상하게 눈물이 나더라”고 회상했다. 자신이 목격한 ‘강남의 밤’이 인간성 상실의 극단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래도 그는 희망을 느끼고 있었다. “버닝썬 사건이 터지고 비판 여론이 들끓는 걸 보면서 우리 사회가 뭔가를 정화할 힘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소설도, 현재까지 드러난 것도 내가 본 것의 10분의 1 정도다. 이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2009년 ‘열외인종 잔혹사’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주 작가는 2017년 방송사 탐사보도팀을 소재로 한 드라마 ‘아르곤’(tvN)을 집필했다. 신학을 전공한 목회자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