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은행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빌린다. 중소기업도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 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담보가 없고 신용도가 취약한 영세 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제도권 금융의 문턱이 너무 높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이들 영세 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신용보증기관인 지역신보의 보증을 받게 된다.
경기신용보증재단(이하 경기신보)은 사업성과 기술력은 있지만, 담보력이 부족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자금을 지원하는 비영리 공공법인이다. 보증기관의 보증서가 담보로 제공돼 제도권 금융기관의 대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실질적으로 돕기 위해선 전국 지역신용보증재단(이하 지역신보)에 대한 출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전국적으로 지역신보는 현재 경기도와 서울 등 총 16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 중이다. 경기신보는 1996년 3월 사단법인 ‘경기신용보증조합’으로 설립된 이후, 2000년 3월 현재의 경기신용보증재단으로 출범했다.
설립 23년이 된 경기신보는 지역신보 중 가장 오래된 기관으로 지난해 총 보증지원액 24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서울의 약 2배 규모로 지역신보 중 최대다. 압도적 규모뿐만 아니라 새로운 모범사례를 만드는 경우도 많다.
2016년엔 전국 최초로 대기업의 출연을 통한 보증지원을 시작했다. 대기업의 지역상권 진출로 피해를 입는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의 사업안정화를 지원하기 위해 당시 롯데쇼핑으로부터 2억원의 출연을 받아 고양지역의 소상공인에게 20억원 규모의 특례보증을 실시했다. 이후 2018년에는 8곳의 대기업으로부터 21억1000만원의 출연을 받았다. 이러한 대기업의 출연은 지역 영세자영업자와 대기업의 상생을 이끌어내고, 경기신보 자체 재무건전성 강화에도 도움이 돼 지역신보 정책 중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2017년에는 지역신보 최초로 보증지원액 20조원을 달성했다. 이 같은 실적에는 무엇보다 경기신보의 공격적인 보증지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경기신보는 다방면의 고객감동 서비스 실천을 위한 제도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효율적 정책자금 배정으로 자금 실수요자에게 지원하기 위해 기존 상반기 60%, 하반기 40%로 배정됐던 자금을 월별 한도로 개선했다. 고객편의 증진 차원에서 보증지원에 많은 서류를 제출해야 했던 관행을 개선하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경기신보는 도 공공기관 대상 외부고객만족도 조사에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올해도 경기신보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상품개발과 서비스에 보다 집중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저신용 영세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多-Dream론’이 대표적이다. 금리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소상공인에 대해 ‘보증료-zero(보증료 전액 면제)’ 보증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G-Class’ 자금 지원도 추진해 도내의 숨겨진 강소기업을 발굴·육성하겠다는 구상을 세워놓고 있다.
201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경기도사회적경제기업 특례보증 지원도 대폭 확대한다. 그동안은 연 20억원 규모였으나 올해는 5배나 많은 100억원을 특례보증할 계획이다. 사회적경제기업의 건전한 육성과 경영안정을 도모해 저소득층의 사회적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차원이다. 유튜브, 카카오톡 등 시대에 흐름에 맞는 다양한 홍보매체를 발굴해 홍보도 강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재단 소멸시효 완성채권에 대한 적극적인 소각을 통해 사업실패를 경험한 사업자 및 장기연체자의 신속한 재기 지원을 확대한다. 경기신보는 지난해 지역신보 최초로 총 560억원(채무자 4450명)의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소각했다. 올해는 시효완성채권과 더불어 면책채무자 등 추심불능채권까지 소각대상을 확대해 금융취약계층의 신용도를 제고하고 경제활동 정상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민우 경기신보 이사장 “보증심사 완화·특례보증 활용… 올해 지원 2조2000억 달성할 것”
“평생을 경기신보에서 일해온 만큼 경기신보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펼쳐 나가겠습니다.”
이민우(사진) 경기신용보증재단 제14대 이사장은 지난 1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기신보가 선진종합금융기관으로 우뚝 서는 데 매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이사장은 임명권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정치색이나 학연, 혈연 등에서 지사와 아무런 인연이 없는 자신을 이 지사가 선택한 만큼 두려운 마음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 1월 경기도 유일의 금융공공기관인 경기신보 제14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 이사장의 각오는 남달랐다. 그는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과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도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한층 가중되는 한 해였다고 평가하고 “올해는 적극적인 지원정책으로 경기신보가 도내 경기회복과 서민경제 활성화의 컨트롤타워가 되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경기신보는 올해 보증지원 목표를 지난해보다 1000억원 늘어난 2조2000억원으로 잡았다. 기술력 우수기업과 신성장·혁신형 기업, 게임·영화 등 콘텐츠업종에 대한 지원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이사장은 “보증심사를 완화하고, 특례보증을 적극 활용하겠다”면서 “사회적 경제기업에 대해서도 보증 한도를 높이고 심사를 우대하며, 상가매입 시 매입비 지원을 통해 사회적 기업의 성장기반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증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출연금 확보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도의 재정부족으로 재단 출연금도 점차적으로 줄어드는 만큼 실국별 협력사업을 확대하고, 시·군별 맞춤형 특례보증을 신설해 출연금을 확보할 것”이라며 “시·군 기업지원 정책 담당자 및 도 주무부서와 정책워크숍을 적극적으로 실시해 기업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재단 출연금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제도적으로 출연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 의무출연 비율 확대를 위한 지역신용보증재단법 시행령 개정에도 적극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