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은 정체되고 있지만 피처폰(통화, 문자메시지 등만 되는 휴대전화)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사기 어려운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수요가 많다는 점에서 ‘디지털 디바이드’(디지털 세계의 정보 격차)의 단면을 보여주는 현실로 해석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피처폰 누적 출하량이 계속 증가해 2021년 10억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스마트폰 시장은 2018년을 기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했지만 피처폰은 최근 3년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스마트폰이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학부모가 청소년에게 피처폰을 사주는 정도의 수요만 있지만, 외국은 상황이 다르다.
피처폰의 증가는 경제적 이유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적했다. 피처폰이 특히 많이 팔리는 지역이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이다. 인도가 가장 큰 시장이고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 등도 수요가 많다.
인도는 전 세계 스마트폰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시장이지만 경쟁 양상을 보면 다른 곳과 차이가 있다. 인도 휴대전화 시장에서 스마트폰 비중은 절반이 안 된다. 인기를 끄는 스마트폰은 10만~20만원대의 저가 스마트폰이다. ‘가성비’를 앞세운 샤오미와 중국 업체들이 인도에서 삼성전자를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었던 이유다. 삼성전자도 10만원대 M시리즈로 맞불 작전을 펼치고 있다. 반면 고가 제품인 아이폰밖에 없는 애플은 인도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다. 결국 가격 때문에 시장이 구분되는 것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하루 2.5달러 미만으로 사는 사람이 전 세계에 30억명 이상”이라며 “스마트폰이나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더 저렴하고 기본적인 통신 기능을 갖춘 피처폰을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피처폰 사용은 통신 환경과도 맞물린다. 데이터 사용량이 많지 않은 피처폰 사용자가 많다 보니 개발도상국 통신사들은 LTE로 망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진국이 앞다퉈 5G를 도입하는 움직임과 상반된다.
하지만 피처폰에서도 스마트폰 기능을 일부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구글이 지난해 2200만 달러를 투자한 피처폰용 운영체제 ‘카이OS’는 지난달 개최된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MWC19’에서 20달러짜리 피처폰을 중동과 아프리카 16개국에서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이OS가 설치된 피처폰은 구글 검색, 유튜브, 구글맵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