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딸을 둔 정모(48)씨는 최근 딸에게 성능 좋은 캠코더와 반사판을 선물했다. ‘뷰티 크리에이터’가 꿈이라는 딸에게 학교 공부와 병행하고 주말에만 하는 조건으로 1인 방송을 허락했다. 정씨는 “딸이 어려운 수학 문제도 유튜브로 검색해서 배우고, 우울할 땐 유튜브로 위로도 받는다고 하더라”며 “10대와 유튜브를 억지로 떼놨다간 오히려 어긋날까 걱정도 되고, 잘만 하면 성취감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장비도 사주고 격려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의 딸처럼 ‘유튜버’를 꿈꾸는 10대들이 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등에서는 개인 방송에 필요한 캠코더, 마이크, 조명, 방음기기, 반사판 등의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
14일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12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영상 촬영용 마이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54%, 촬영 중 흔들림을 줄여주는 짐벌기기는 1007% 증가했다. G마켓 관계자는 “개인 방송을 준비하는 이들이 늘면서 전문성을 높여주는 촬영 기기의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마켓이 지난 5~11일 방송 관련 기기를 구매한 소비자 87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유튜버를 꿈꾸는 10대’가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체 응답자의 35%(306명)가 ‘(유튜브 등에) 1인 방송 중이거나 크리에이터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는데, 10대 응답자는 48명 중 36명(75%)이 자신을 크리에이터 또는 예비 크리에이터라고 답했다.
10대 크리에이터들의 장비는 스마트폰으로 시작하는 게 보통이지만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게 되면 DSLR 카메라, 미러리스, 액션캠 등 다양한 영상 기기를 갖춰나가는 경우가 많다. G마켓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튜버 등으로 활동하기 위해 영상 장비 등에 투자하는 예산은 ‘10만~50만원’(34%), ‘10만원 미만’(26%), ‘100만원 이상’(22%), ‘50만~100만원’(18%) 순이었다.
한편 KT그룹 디지털 미디어렙 나스미디어의 ‘2019 인터넷 이용자 조사’ 결과도 10대의 유튜브 선호 트렌드를 보여준다. 인터넷·모바일 이용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10대 이용자의 약 70%는 검색채널로 ‘유튜브’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들의 하루 평균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이용 시간(123.5분)은 전체 평균(75.5분)보다 1.6배나 길다. 나스미디어 관계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동영상 선호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