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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용백] 바비와 포용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지난 11~13일 잇달아 진행됐다. 정책적 협력 분위기는 고사하고 다시 싸움박질로 정국이 경색됐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우리 사회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각성을 우려하며 혁신성장과 공정경제 완성을 통한 포용국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사회 통합을 위한 포용을 강조했다. 이 내용은 하루도 못 넘기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연설로 인해 분위기가 험악해지면서 종적도 없다. 사실 우리 사회 포용의 필요성은 광범위하게 요구되는 상황이다. 정치적이나 경제적만이 아닌 다양한 사회 구성원, 인종, 문화 등에까지 적용돼야 진정한 의미가 있다.

바비(Barbie) 인형의 탄생 60돌 기념행사가 열흘 전 열려 지구촌이 떠들썩했다. 바비 제작사 마텔은 기념으로 소녀들의 롤모델이 될 만한 유명 여성 20명의 캐릭터를 출시했다. 오는 6월 기념 시리즈에는 휠체어를 타거나 의족을 한 채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여성 모습까지 등장할 예정이다. 올여름엔 한국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BTS)의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바비는 1959년 3월 9일 미국 뉴욕 장난감박람회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후 폭발적 인기로 전 세계 소녀들의 로망이자 인형 캐릭터 시장에서 독보적 존재가 됐다.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조각처럼 아름다운 백인 ‘공주’ 모습이었다. 바비의 외모를 추종하는 여성들의 과도한 살 빼기, 거식증, 성형수술 유행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었다. 바비는 비판과 사회적 가치 변화를 수용하고 변신을 거듭하며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우주비행사, 외과의사 등 200여종의 전문직업인 모습의 바비가 출시됐다. 체형이나 인종에 구애되지 않고 현실 세계의 다양한 인간 모습을 형상화했다. 마텔 공동창업자인 루스 핸들러(Ruth Handler·1916~2002)는 바비를 통해 ‘소녀들이 무엇이든 될 수 있다(You can be anything)’는 걸 가르치고 싶어했다. 바비가 견지하는 기본 철학이다. 소녀감성에 그치지 않고 변화하는 ‘여성 감수성’을 지향하는 건 인상적이다. 포용의 실천이요 온고지신(溫故知新)이 아닐 수 없다.

정치권이 구태의연한 태도로 후진성을 벗지 못하면 깊어진 갈등의 골을 개선시키기는커녕 국가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 뿐이다. 정치권은 이순(耳順)을 맞은 바비 인형이 지금껏 헤쳐온 변화의 세월과 견지하는 포용의 철학을 되돌아봐야 한다.

김용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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