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서울대입구역 4거리 부근에 위치한 장튼위튼병원은 지상 6층 지하 3층 규모 건물에 30병상을 갖춘, 작지만 강한 ‘강소병원’이다. 특히 대장항문외과와 소화기내과 진료 분야를 특화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의사 수는 모두 5명이다.
육의곤(55) 대표원장을 비롯해 대장항문외과 이성대·송기호 원장단과 소화기내과 이화영 원장, 영상의학과 이준형 과장 등이 그들이다. 식도와 위·십이지장에서 대장·직장, 항문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10년 이상 소화기와 장관(腸管) 문제만 전문적으로 다뤄온 의사들이다.
이들의 주 진료 분야는 조기 위암·대장암을 각각 내시경으로 제거하는 치료내시경 시술과 대장암 담낭질환 탈장 맹장염 등을 배꼽에 구멍 한 개만 뚫고 치료하는 단일공 복강경 수술, 위·대장내시경 검사 중심의 소화기 종합건강검진 등이다.
대표원장 육의곤 박사는 국내 대장항문질환 명의들이 모두 인정하는 ‘대장암 전문가’다. 서울대병원 박재갑(70·전 국립암센터 원장) 명예교수의 애제자로, 특히 복강경 대장암 수술 경험이 많다. 최근 18년 동안 대장암 환자들만 1500여 명이나 돌봤고, 그중 1000여 명을 복강경 수술로 치료해줬다.
육 박사는 2003년 8월부터 2005년 1월까지 1년 6개월여 동안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암 연구 센터에서 연구 강사로 지내며 선진 대장암 수술기법을 익혔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6년간 대한대장항문학회 상임이사를 역임하고, 2009년에는 미국의 시사경제 매체 포브스 선정 ‘한국의 100대 대장암 명의’로 뽑히기도 했다. 현재 대한대장항문학회 대장내시경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육 박사는 24일 “우리 몸의 중요 소화기관인 대장·항문과 위장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하겠다는 바람을 병원명에 담았다”며 “장튼위튼병원이 위·대장항문 질환 극복을 선도하는 국내 최고의 병원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육 박사에게 대장암 예방과 극복을 위해 챙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육 박사는 “무엇보다 내시경을 이용, 암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 ‘용종’ 단계일 때 조기 발견, 화근을 미리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장암이 위암보다 더 위험한가?
“암은 한국인 사망 원인 부동의 1위에 올라있는 악성질환이고, 대장암은 이를 더 부추기는 모양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7 사망원인 통계’를 봐도 대장암의 기세가 얼마나 드센지 금방 알 수 있다. 207년 한 해 10만 명당 17.1명이 대장암으로 숨졌는데, 2016년에 이어 2년 연속 위암 사망률(15.7명)을 앞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암은 대부분 특별한 증상 없이 발병한다. 대장암도 예외가 아니다. 침묵의 암으로 불릴 정도로 아무런 전조증상이 없다. 흔히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발견 노력과 식생활습관 개선 말고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이유다.”
-대장암의 씨앗, 대장용종이란?
“대장은 약 1m 길이의 결장과 직장으로 이루어진 장기다. 주로 변이 형성된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은 위를 통과하면서 담즙산 등 소화액과 뒤섞이며 소화가 되는 과정에서 장 점막을 자극하는 독성 물질을 만든다. 이로 인한 장 점막세포 변형으로 생성되는 게 대장 용종(茸腫)이다.
일반 성인의 약 30~40%에서 한 개 이상 발견될 만큼 흔하다. 용종은 샘과 같이 진물이 나오는 선종(腺腫)인지, 아닌지 여부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뉜다. 약 20~40%는 염증 또는 단순히 점막 벽이 두꺼워져서 형성되는 비(非)선종성 용종이다. 나머지 60~80%가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선종성 용종이다.”
-최근 대장암이 급증하는 이유는?
“식생활 문화가 많이 변한 탓이다. 우리도 서구와 같이 기름진 육류를 섭취할 기회가 많아졌다. 이런 식습관의 변화가 대장암 발생빈도를 높였다고 본다.
우리가 먹은 음식물은 소화기를 거쳐 대변으로 배출된다. 따라서 운동량이 적을 경우 음식물이 대장에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어진다. 그만큼 장내에 독성 물질이 쌓여 악영향을 줄 시간도 늘어난다. 그 결과 암의 씨앗, 용종이 움틀 여지도 많아지게 된다.
대장암이 겁난다면 매일 적절한 유산소 운동, 균형 있는 식사와 더불어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자연스럽게 배변하는 습관을 길들여야 한다.”
-유전적 영향, 가족력은 상관없나?
“정말 용종이 잘 생기는 가계가 있다. 유전적 결함으로 대장암이 나타나는 유전성 대장암 가계와 가족성 용종증 가계가 전체 대장암 환자의 약 5%나 된다. 용종이 많이, 잘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암이 생길 확률도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료계에서는 1%의 확률도 꽤 의미 있는 수치로 본다. 가족 중 누군가 한 사람이 과거 대장암 또는 선종성 용종 진단을 받았다면 대장암 또는 나쁜 용종이 나타날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높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발암 초기에 알기 힘든 이유는?
“대장은 변이 지나가는 통로다. 부드럽고 탄력이 좋은 장관으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장 속에 생긴 용종이 암으로 변한다고 해도 크기가 작을 때는 장폐색 등의 이상 증상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암이 꽤 진행돼 상당히 커져서야 이상을 느끼기 일쑤다.
대장암 위험신호는 혈변, 가는 변(점액이 섞인 비정상적인 양상), 복통, 설사와 변비의 반복, 배변 곤란 등 변 보기 양상이 평소와 다를 때다. 이때는 지체 없이 내시경 잘하는 병원을 찾아 혹시 대장암 또는 거대용종 때문이 아닌지, 정확한 원인을 가려야 한다.”
-용종은 무조건 발견 즉시 떼야 하나?
“대장내시경 검사 시 눈에 띈 용종이 악성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지 맨 눈으로 감별할 방법은 없다. 따라서 용종은 발견 즉시 모두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용종은 대부분 내시경을 통해 올가미를 씌워 제거한다. 작은 것은 집게 모양의 특수기구를 이용해 쉽게 제거할 수 있다.
대장내시경 검사나 내시경적 용종 제거술은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외래 단위에서 큰 불편 없이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용종의 크기가 큰 경우엔 절제 후 출혈이나 지연(遲延) 장 천공 등의 위험으로 1~2일간 입원 관찰을 권하기도 한다.”
-효율적인 대장내시경검사 주기는?
“대한대장항문학회가 권하는 검사 주기는 1~5년이다. 만약 증식성 선종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면 2~3년에 한 번씩, 종양성 선종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면 1~2년 주기로 한 번씩 해보길 권한다. 최근에는 대장암 발병 연령 또한 남녀 불문하고 낮아져 40세 이후엔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아보도록 당부하고 있다.
보고에 따르면 암의 씨앗, 선종성 용종은 1년에 1~2㎜씩 커지는 속도로 자란다. 이 속도는 크면서 점점 더 배가된다. 작은 것이 1~2㎜ 더 자라는 데 1~2년이 걸린다면, 1㎝ 이상 크기의 용종은 1년에 1㎝씩 자라는 등 급격히 변화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대장암 치료 성적은?
“다행히 대장암은 다른 암들보다 치료율이 높은 편이다. 다른 암은 3기만 돼도 완치율(5년 생존율)이 50%이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장암은 3기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도 5년 생존율이 70%가 넘는다. 최근에는 해상도가 뛰어난 4K 복강경 시스템의 도입으로 수술 정확도가 더 높아졌다. 고령 환자도 복강경 수술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게 됐다. 당연히 합병증 발생 위험도 크게 줄어들었다.”
이기수 쿠키뉴스 대기자 elgis@kukinews.com